"성공 창업의 첫째 조건은 트렌드 읽기"
1세대 정보 보안 기업 인젠 성공 창업하고 투자 전문가로 활동
[뉴스핌=이민주 전문기자]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성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어요.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 시대에는 더 그렇죠."
코스닥 상장사인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엘아이에스의 임병동(52. 사진) 의장은 국내 1세대 정보 보안기업 인젠(Inzen) 설립자다. 1998년 1월 IMF(국제통화기금)로 한국 경제가 파국을 맞은 시기에 그는 인젠을 창업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을 내기도 버거웠지만 그는 당시를 떠올리면 즐거웠다고 기억했다.
임병동 엘아이에스 의장은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지금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성공하고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
"인터넷이 막 개화하면서 보안 시장이 열리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어요. 예상대로 IMF가 끝나자 보안 수요가 급증했고 창업 4년만에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트렌드를 읽어낸 덕분에 창업에 성공한 셈이지요."
이후 그는 인젠을 팔고 확보한 자금으로 'M&A(인수합병)와 투자도 할 줄 아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펀더멘탈은 튼튼하지만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매입하거나 투자해 경영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다.
2016년 11월, 경영난에 빠진 엘아이에스의 주요 주주(6.62%)로 참여한 것은 이 같은 활동의 일환이다. 당시 엘아이에스는 사후면세점 사업을 늘렸다가 메르스와 사드 사태 등으로 거액의 적자를 내면서 매물로 나온 상태였다. 임 의장이 눈여겨 본 것은 엘아이에스의 본업인 디스플레이 시장의 트렌드였다.
"디스플레이 주력이 LCD에서 LED로 넘어가면서 BOE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장비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까지 100조원대 시장입니다.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특수를 일으킨 삼성전자의 이 분야 투자액이 15조원이죠."
임 의장 예측은 예상대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들어 엘아이에스가 공시한 신규 수주액만 해도 1000억원대다. 하이투자증권의 정원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엘아이에스가 매출액 27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가량을 달성해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작년말부터 중국 기업의 후공정 투자자 본격화하면서 BOE의 첫 OLED라인에 엘아이에스가 독점 수주했다"며 "독보적 기술력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지위가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의장의 기업 M&A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바이오 기업 아미코젠과 리젠바이오텍에 각각2005년, 2007년 투자해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매각했다. 성공 확률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 M&A 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인젠을 직접 창업한 경험과 노하우가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세간에선 '기업 사냥꾼'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해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골드만삭스에 워렌 버핏이 투자해 정상화시키고 2조원대 수익을 거뒀다"며 "미국의 M&A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에서 M&A는 비난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엘아이에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이 회사는 문을 닫고 직원들은 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라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반한 M&A는 서로를 이롭게 하는 윈윈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임 의장은 이 회사 지분을 단 한주도 매각하지 않고 있다. 향후 수년간은 이 회사 경영 정상화에 매진할 생각이다.
임병동 엘아이에스 의장. |
현재 엘아이에스 임직원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 덕분에 임 의장의 이 회사 인수 당시에 나타났던 임직원 이직이나 퇴사 현상은 뚝 끊긴 상태.
4차 산업혁명으로 창업붐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1999년의 닷컴붐을 지금 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이 있다"고 전했다.
"1998년 닷컴 붐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터넷 대중화'였고, 여기에 부합하는 보안, 게임, 동영상, 홈페이지 에이전시 사업이 신규 비즈니스로 성공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고 성공 창업은 '얼마나 혁신적인 방법으로 고객 수요를 충족시켜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로보 어드바이저, 공유 개념에 기반한 위워크, 우버 같은 기업은 향후에도 유망할 겁니다."
그는 "글로벌 트렌드에 기반해 전략을 수립해 실천하고 시행착오를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해간다면 성공 창업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동 의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92).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석사 및 박사(1997). 1998년 인젠 창업. 엘아이에스 의장(2016~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