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선투표, 1차 1·2위 결정 뒤 2차 투표 실시
당선자에 국민 지지 높이는 대표성 부여 '순기능'
1987년 이후 대선에서 과반수 이상 당선자 없어
대선투표 두 번 치뤄야 하는 '이중 절차' 논란 예고
[뉴스핌=오채윤 기자]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청와대발 개헌안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이 '개헌 회오리'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가 오는 21일께 발의하게 될 개헌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비롯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대선 결선투표제는 문 대통령의 오랜 소신으로 알려져, 여권 내에서도 큰 이견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에 따르면 대선 결선투표 시행절차와 방법 등은 앞으로 헌법 개정 이후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해구(가운데) 위원장, 하승수(오른쪽) 부위원장, 김종철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
◆ 1987년 이후 대선서 과반수 득표자 없어 국민 대표성 상실
하승수 자문특위 부위원장은 "결선투표제는 새로운 제도이기 때문에, 법을 조문하는 과정에서 아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위에 따르면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당선 조건으로 과반수 등 '일정 이상의 득표율'을 요구하는 경우에 이를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때,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해 당선자를 확정 짓는 방식이다.
예컨대 대선 투표 당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의 1위와 2위만을 대상으로 다른 날 2차투표를 실시해 당선자를 가리게 된다. 결선투표제에서 당선된 후보자는 전체 투표자의 절대 다수로부터 지지를 얻게 된다. 당선자에 대해 반대한 사람보다 찬성한 사람이 더 많으므로 결선투표제로 당선자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특위의 설명이다.
대통령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인 프랑스‧핀란드‧오스트리아 등 다수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도 계속 도입 주장이 있었지만,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도입되지 못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과반수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개헌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헌법은 대통령을 단순다수대표제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고 결선투표에 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사진=국민헌법자문특위 홈페이지> |
◆ 채이배 의원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대선 1차 투표 2주 뒤 한차례 더 투표"
이와 관련, 지난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통령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대선에서 후보자가 1인인 경우에는 선거권자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된다. 후보자가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당해 유효투표 중 다수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된다.
하지만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여섯번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모두 2인 이상의 후보자가 출마했으나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당선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선거권자의 3분의 1 미만을 득표한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3차례 있었다.
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대선후보 중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없을 경우, 14일이 지난 뒤 대통령결선투표를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대통령결선투표의 후보자 기호 순위는 대통령선거득표율 순으로 하며, 재외선거인단을 포함한 선거권인단 명부의 효력이 결선투표까지 유효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개정안에 담긴 구체적 내용이 이번 개헌안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채 의원실 측은 “1차 투표 이후 결선투표 시행일 등 구체적인 시행 방법이나 절차적인 부분은 헌법이 개정된 뒤에 법률적 차원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과정 중에 재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위 관계자는 “결선투표 출마 기준 득표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