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미소(이솜)는 남의 집에서 청소하고 밥하는 가사도우미다. 하루 일당은 4만5000원. 이 돈을 쪼개 집세, 약값, 생활비를 내고 나면 남은 돈은 0 혹은 적자다. 그래도 하루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으니 썩 괜찮은 인생이라 믿었다. 하지만 새해가 되자 집세부터 담배, 위스키 가격까지 올랐다. 일당은 그대로인데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비싸졌다. 결국 미소는 집을 포기하고 ‘자발적 홈리스’가 된다.
영화 ‘소공녀’는 청춘의 여행담이다. 그러나 여타 청춘 영화들처럼 반짝이거나 싱그럽지 않다. 하루아침에 갈 곳 잃은 미소가 대학 시절 함께 울고 웃던 친구 집을 여행한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아프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외로운 시집살이를 견디고, 떠나간 아내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결혼이 전부인 부모를 위해 산다. 미소는 각기 다른 상황에서 매일을 버텨내는 이들의 세상을 떠돈다. 밥을 먹이고 담배를 피우고 청소를 해주면서 이들을 치유한다. 상처 가득한 이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래서 쓸쓸하고 아프다.
메가폰을 잡은 전고운 감독은 미소의 여행기를 통해 청춘에게 질문한다.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행복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지금 행복한지 묻는다. 기성세대에게 반문한다. 청춘은 왜 아파야 하는지, 왜 꿈꿔야 하는지, 버티기도 벅찬 세상에서 꿈을 요구하는 게 얼마나 무책임하고 부조리한지 따진다. 답은 없다. 애초에 정확한 답은 존재한 적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전 감독은 질문 자체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안다. 그 힘은 꿈과 행복을 쫓다 가난해진 이들부터 사람답게 살기 위해 행복은 포기한 이들에게까지 가 닿는다.
이솜의 연기는 더 좋아졌다. 섣불리 미소의 감정을 토해내지 않는다. 건조하고 담백하다. 절제할 곳과 멈출 곳을 정확히 짚어낸다. 이따금 놀랍다. 물론 이솜 못지않게 강진아(최문영 역), 김국희(정현정 역), 이성욱(한대용 역), 최덕문(김록이 역), 김재화(최정미 역), 조수향(민지 역) 등 조연들의 연기도 좋다. 웃픈 우리네 삶이 이들 배우의 대사와 표정으로 곳곳에 묻어난다. 광화문시네마 작품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박지영의 카메오 출연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오늘(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