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으로 16명 합격…면접 순위 조작해 男 특혜 채용
[뉴스핌=최유리 기자]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의 2013년도 채용상황을 특별검사한 결과 32건의 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관련 자료를 검찰에 이첩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2일 오전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검사 결과 2013년 하나은행의 신입행원 채용시 최종합격자 229명(총 지원자는 1만8772명)이었다. 이 중 추천 등에 따른 특혜 합격자는 32명으로 파악했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16건) ▲최종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해 남성 특혜 합격(2건)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 조작(14건) 등이다.
추천 특혜의 경우 행내외 주요인사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 105명 중 16명이 특혜 합격했다.
추천 특혜에 의한 주요 합격사례를 보면 서류전형부터 추천내용 항목에 '최종합격'으로 표기돼 있었다. 해당 지원자는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면접에서 태도불량 등으로 0점 처리됐음에도 최종적으로 합격했다.
또 추천내용에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미달(△1점)했으나 서류전형을 통과하여 최종 합격했다.
성(性) 차별적인 채용 정황도 드러났다.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조정해 특혜 합격시켰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최종면접에서 성별 합격인원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남성 199명, 여성 30명이 합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채용에선 남성 201명, 여성 28명 합격했다.
학교 차별 정황에 대해서는 사정회의(인사부장, 팀장, 실무책임자 참여)에서 명문대, 해외유명대학 등을 우대해 14명을 특혜 합격시켰다.
인사부장, 팀장, 실무책임자 등 3명이 전형단계별 합격자 결정을 위한 추가 고려 요소 등을 논의해 결정하는 비공식 회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동일한 직무인데도 남녀 차등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한 정황도 있었다. 2013년 하반기의 경우 남녀 4:1 비율로 차등 채용하기로 사전에 계획을 수립함에 따라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서울지역의 경우 600점 만점에 467점)이 남성(419점)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졌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고 향후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2013년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며 지인 아들이 하나은행에 입사하도록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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