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후 부당한 인사 개입 여부로 채용비리 판단
형평성 위해 원칙 유지…보복성 검사 의혹도 부담
[뉴스핌=최유리 기자] 금융감독원이 다시 칼을 꺼내 들었다. 물러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KEB하나은행 특혜 채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다. 최 전 원장이 "추천은 했지만 부정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관심은 채용비리 판단 기준으로 모아진다.
금감원은 지난 연말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와 마찬가지로 기존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천 이후 부당한 인사 개입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채용비리를 조사하겠다는 얘기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4일 "하나은행 특별 검사에도 지난번 하나은행 검사와 같은 기준으로 채용비리 적발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2013년 채용비리 특별 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성적 조작, 기준 변경 등 부당한 인사 개입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금감원은 2016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적발 기준으로 ▲추천자 명단에 기재돼 있다는 사실 외에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거나 ▲채용요건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기준 신설 등을 통해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례를 꼽은 바 있다.
금감원이 기존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 때문이다. "추천은 했지만 부정은 없었다"는 주장을 두고 여론이 좋지 않지만, 이전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검사 형평성에 대해 더 큰 논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번 검사에서 추천자 명단에 기재돼 있거나, 임직원 자녀에게 가산점을 준 사례 등을 부정 채용으로 보지 않았다. 채용 공고나 회사 내규로 공개해 운영되면 법적인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하지 않다고 본 일부 사례에 대해 제도 개선만 요구했다.
현행법상 채용비리를 처벌할 수 있는 업무방해죄에 입각해 채용 공고와 실제 채용 진행 과정이 달랐는지, 부당채용 과정에서 채용 실무자를 속이거나 자유의지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살펴본 결과다.
이 관계자는 "비위 행위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때는 범죄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금감원 선에서) 개선 조치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해도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문제의 경중은 어떤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정치적 대결구도로 비춰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채용 비리 의혹으로 신뢰성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보복성 검사' 의혹까지 더해지면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금융사와의 대결 구도에 갇힐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최 전 원장이 사임한 배경을 두고 각종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김 회장의 3연임을 두고 '셀프 연임'이라고 비판하며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뿐 아니라 지배구조,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각을 세웠던 터라, 누군가 다른 의도를 갖고 최 전 원장의 의혹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의 직무대행을 맡은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전날 임직원에게 "비록 원장께서 곁을 떠나셨지만 감독기구 본연의 소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외부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만큼 오해나 비판을 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저녁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 전 원장이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