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책임 강화·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방향성은 마련돼"
"폐비닐 재활용 할곳 없어…예전처럼 고형연료에 활용해야"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쓰레기 대란'이 가시화된 데는 정부의 '수수방관'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일 환경부가 발표한 대책도 '단기 미봉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날 정부가 재활용 업계를 지원해 폐비닐류 수거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재활용 업체들의 수거거부를 막기 위한 단기적인 응급처방 위주"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사업장 폐기물(톤당 20만~25만원)로 처리했던 선별 후 잔재물을 생활폐기물(톤당 4~5만원)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지원금을 조기지급한다고 밝혔다
홍수열 소장은 "EPR 지원금을 조기지급하겠다고 하더라도, 추후 지급할 돈을 지금 주겠다는 말"이라면서 "추가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시간을 번 상태에서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EPR이란 생산자에 재활용 비용을 분담금 형식으로 부담하게 하고, 이후 재활용업체에 지원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원래 재활용업체에 지급하는 EPR 지원금은 실적에 따라 추후 지원되나, 재활용업체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조기 지급할 계획이다.
일부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과 스티로폼 등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면서 혼란을 빚은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연남동 인근에서 한 시민이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을 들고 걷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홍수열 소장은 "중국에서 수입금지를 계속하는 한 침체국면은 장기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은 우리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 지자체가 분리수거를 중단하고 선별장이 적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정부가 필요한 방향성은 잡았으니 제대로 실행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활용품에 대해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는 구조 개선 등 정부가 발표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폐비닐, PET 등 재활용 비용이 증가하면서 적체되고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연내 생산자 분담금을 추가납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닐류와 육안 구분이 어렵고 오염물질이 발생해 폐비닐류 재활용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PVC 포장재를 PE 등의 재질로 대체하는 포장재 재질·구조개 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폐비닐류를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형연료(SRF) 제조·사용시설에서 활용하는 등 다른 대책을 찾아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폐비닐류를 분리배출하면 어디선가 재활용이 돼야하는데, 문제는 재활용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배재근 교수는 "중국의 수입금지도 문제지만, 정부가 규제정책을 바꾸면서 고형연료(SRF) 제조·사용 시설로 폐비닐류가 들어가지 못하면서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해외는 기본적으로 폐비닐류는 분리수거를 적극적으로 안한다"면서 "폐비닐류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전량 소각을 해 열에너지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분리수거 현장을 가보면 물질재활용을 할 수 있는 깨끗한 폐비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폐비닐류가 갈 곳이 없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폐비닐류 분리수거를 멈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결국은 예전처럼 고형연료, 즉 에너지 재활용 쪽으로 눈을 돌려야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