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말이 좋아 공시생이지, 사실 민재(김무열)의 삶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반백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유일한 생계 수단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물론 알바비로는 겨우 생계유지만 될 뿐이다. 어머니 병원비에 사채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원비를 정산하지 않으면, 예정된 어머니의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경고를 받는다. 결국 민재는 마지막 보루였던 방 보증금을 뺀다. 부족한 200만원은 도박으로 불려보자 다짐한다. 하지만 하필 도박장에서 사채업자 양아치(김민교)와 마주치고, 200만원에 보증금까지 빼앗긴다. 그런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때, 돈가방 하나가 그의 품에 들어온다.
‘돈가방’(Money bag), ‘돈이 뒤에 있다’(Money back). 영화 ‘머니백’은 반드시 돈가방이 필요한 7명의 레이스를 담은 작품이다.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공시생을 중심으로 깡패, 사채업자, 형사, 택배기사, 정치인, 킬러까지,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7명이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얽히고설킨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들 7명 중 영원한 선과 악도, 갑과 을도 없다는 데 있다. 폭력을 일삼는 깡패에게도, 사람을 죽이는 킬러에게도 나름의 사정과 애환이 있다. 그 사연을 듣다 보면 사는 게 녹록지 않은 평범한 사람, 우리들의 삶과 맞닿아있다. “지금 우리 현실을 빗대서 보여주고 싶었다”는 허준형 감독의 의도가 잘 녹아든 부분이다.
호불호가 갈렸던 표현 수위도 여기에 대입해 생각하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는 영화 속 자살 시도 장면과 음식 폭력 등을 놓고 평이 엇갈렸다.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 하지만 이 일들은 그간 뉴스에서 숱하게 봐온 우리의 현실이다. 칼날은 허 감독이 아닌 현실을 향하는 것이 맞다.
단점이 있다면, 크게 새롭지 않다는 것. 대다수의 범죄 오락물이 그러하듯 ‘머니백’ 역시 클리셰로 가득하다. 그래도 전형적인 요소들을 조합하는 허 감독의 손놀림이 서툴지 않다. 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돈가방 쟁탈전을 리듬감 있게 이어 붙였다. 7명의 캐릭터의 분배도 확실하다. 누구 하나 소비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판을 짰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역할도 컸다. 충무로 대표 연기파이자 신스틸러로 이뤄진 7명의 배우는 전형적인 캐릭터에도 저마다 살을 더해 색깔을 달리했다. 특히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역할”이라던 이경영의 연기 변신이 재밌다. 오는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