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사랑하는 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났다. 그와의 추억을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간 지 2년. 효진(임수정)은 절친한 친구 미란(이상희)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남편(김태우)의 동생이 찾아온다. 남편과 전 부인 사이의 아들 종욱(윤찬영)이 오갈 데 없어졌다고, 엄마가 돼달라는 부탁. 혼란스럽다. 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가족, 정확히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어머니의 개념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죽은 남편 아들의 엄마가 되길 선택한 엄마, 그런 딸이 아픈 엄마, 생각지 못한 임신으로 아이를 입양 보내는 엄마, 엄마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엄마, 갓 아이를 출산한 초보 엄마까지. ‘당신의 부탁’은 이 수많은 엄마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완성된다.
메가폰을 잡은 이동은 감독은 여러 형태의 엄마와 모성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인, 보통의 콘텐츠에서 그리는 엄마의 범위를 확장, 엄마라는 지극히 익숙한 이름을 재해석했다. 동시에 캐릭터들의 관계 형성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고, 관객들에게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묻는다.
인상적인 건 그 방법과 과정이 거창하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데 있다. 신파 등 단순 감정 문제로 처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대단히 일상적이며 덤덤하다. 실제 스크린에 펼쳐지는 장면 대부분은 현실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에 할애됐으며, 자연스러운 감정과 대사로 이어져 진행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만큼 훌륭하다. 생애 첫 엄마 연기에 도전한 임수정은 효진의 섬세한, 그러면서도 건조한 내면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드라마 ‘마마’(2014)로 일찍이 연기력을 인정받은 윤찬영 역시 혼란스러움을 거쳐 성장해가는 종욱을 완벽하게 표현,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오는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