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챔피언' 통해 코믹 연기 도전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대중에게 그는 부드럽고 젠틀한 남자, 지적이고 빈틈없는 남자였다. 이를테면 현실에 없을 드라마 속 ‘실장님’ 이미지랄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이름 앞에 놓인 수많은 수식어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정했던 미소는 차갑게 변했고, 뻔뻔하고 엉성한 행동을 일삼았다. 그러더니 이젠 작정하고 웃긴다. 능글능글 장난기 가득한 얼굴, 지난 11년간 본 적 없는 또 다른 얼굴이다.
배우 권율(36)이 신작 ‘챔피언’을 선보였다. 지난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국내 최초 팔뚝 액션 영화. 타고난 팔씨름 선수 마크가 마음보다 잔머리가 먼저 도는 남자 진기, 갑자기 아이들과 함께 나타난 여동생 수진의 도움으로 벌이는 뒤집기 한판을 그렸다.
“생각보다 굉장히 찡하더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웃음), 특히 후반부로 가면서 감동적이었죠. 물론 배우다 보니까 처음부터 스토리에 젖어 들지는 못했어요. 제 연기가 가장 먼저 보였죠. 일종의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랄까(웃음). 그러다 보니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반성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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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권율이 연기한 인물은 진기. 순간적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임기응변 능력과 잔머리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는 스포츠 에이전트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마크(마동석)의 팔씨름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한국 팔씨름 대회에 출전시키려고 고군분투한다.
“과장은 있지만, 충분히 현실에 있을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진기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모든 걸 정당화 시키는 인물이에요. 저 역시 그 지점을 잘 보여주고 싶었죠. 그러면서도 진기를 둘러싼 주변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고요. 마지막에 진기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요.”
진기를 표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나 코믹 연기였다. 그간 ‘잉투기’(2013) ‘최악의 하루’(2016) 등을 통해 가벼운 캐릭터는 연기해 봤지만, 본격 코미디 장르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웃음). 맞아떨어져야 하는 부분도 많고, 호흡적인 내공이 필요했죠. 배구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강력한 스파이크를 찰나에 써야 먹히고 때릴 줄 아는 사람이 해야 잘 속고 흔들리잖아요. 다행히 마동석 선배가 잘 이끌어주셨죠.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제 연기가 확장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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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정은 힘들었을지 몰라도 ‘챔피언’은 권율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권율은 코미디 장르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하며,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거 했으니까 다음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물론 무의식중에 그런 갈증은 있었겠죠. 상반되는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은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요.”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답게 매체, 장르 구분 짓지 않고 검토할 예정이다.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여러 각도에서 보고 있어요. 저 역시 다음 작품이 기대 돼요. 더 열심히 달려들고 도전하고 싶죠. 다만 연기 확장에만 무게를 두진 않을 거예요. 배우라면 관객의 기대치도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작품으로 계속 습작할 수는 없죠. 그러려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니까 많이 공부하고 쌓아나가려고 합니다(웃음).”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