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촛불집회서 사회
가이 포크스 가면 쓰고 나타난 직원들 "조양호 OUT"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갑질 이야기 차고 넘친다. 조현아가 돌아온 걸 보고 기가 찼다. 그러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안 마주치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4일 저녁 7시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만난 한 대한항공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규탄 및 경영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동참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8.05.04 yooksa@newspim.com |
그는 저항시위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 안에는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신변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신변이 드러나면 사측에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끼리 사전에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하자고 약속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물벼락 갑질 사건 터지고도 (경영진은) 직원에게 그 어떤 직접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변명도 없었다. 언론에 보도된 형식적인 사과 메일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물벼락 갑질' 사건이 불거진 후 대한항공 임직원 메일로 "저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자 잘못"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보냈다.
이날 집회에서는 또 다른 오너가 갑질사례인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사회를 맡았다. 박 전 사무장은 "우리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며 "조양호 일가의 갑질을 더 이상 참아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발언 도중 박 전 사무장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회사의 '명예회복'을 바랐다. 조종사 복장을 입고 나타난 한 대한항공 직원은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항공사다. 건전한 기업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씨 일가 퇴진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고 했다. 그의 가방에는 '대한항공' 로고 배지가 달려 있었다.
참석 이유를 묻자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 혼자 힘으론 절대 변화시킬 수 없다. 단체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금이나마 바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려웠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또 17년 전 대한항공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다가 해고당했다고 밝힌 전직 대한한공 직원은 "당시 노조를 만들어 조양호 총수 일가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면 최근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조양호 일가는 빨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서로를 격려했다. 가면을 쓴 한 여성은 "용기를 내주신 직원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나는 비겁해서 가면을 쓰고 앉아만 있었다"며 발언에 나선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또 "시민들께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8.05.04 yooksa@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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