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은행권 기업, 부동산, 가계 여신 증가율 3년 평균치 크게 밑돌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이 이른바 돈맥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규제 완화와 지난해 전폭적인 세금 인하가 미국 경제에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한 가운데 금융권의 자금 흐름이 마비 증세를 보여 주목된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11일(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권이 민간 기업에 제공한 여신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3년간 기록한 월 평균 성장률 7.0%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와 함께 부동산과 가계 여신 역시 3년 평균치에 크게 못 미달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민간 여신이 경기 침체를 예고할 만큼 급감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경고가 고개를 들었다.
특히 민간 기업의 여신은 장단기 투자 및 지출과 맞물린 사안이어서 시장 전문가들이 주시하고 있다. 여신 증가는 일반적으로 실물경기의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시장조사 업체 SIFMA에 따르면 또 다른 형태의 기업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발행 역시 대폭 줄어들었다. 연초 이후 기업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대비 14%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의 자금 조달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일정 부분 실적 개선에 따른 내부 현금흐름이 늘어난 데 따른 효과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NYT는 기업들이 은행 문턱을 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여건 속에 공격적으로 채권 발행에 나섰던 기업들이 금리 상승 리스크가 날로 뚜렷해지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투자등급 기업들의 순 레버리지가 2002년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즉, 현금 보유량을 차감한 뒤 부채 규모가 EBITDA(이자, 법인세, 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대비 1.82배에 이른 것.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5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4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회사채 상환 및 차환 발행 부담을 떠안은 기업들이 새로운 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레거시 프라이빗 트러스트의 폴 카스리엘 이코노미스트는 NYT와 인터뷰에서 “올들어 기업 여신 위축은 그 밖에 주요 금융 지표와 맞물려 올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