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간) 미국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
예루살렘이라고 쓰여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간판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날 오후 4시께 예루살렘 남부의 아르노나에 있던 기존 미국 영사관에서 미국대사관 개관식을 진행한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대사관 이전 결정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뜻이여서 양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나뉜다.
◆ 이스라엘 건국일은 팔레스타인의 '대재앙의 날'
미국 대사관 이전 소식에 벤자민 나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국민들에 최고의 날"이라며 기뻐한 반면 마하무드 아바스 팔레스틴 대통령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날을 세웠다고 미국 PBS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이 미 대사관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동예루살렘이 성서에서 약속받은 미래의 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예루살렘은 요르단이 지배하는 동예루살렘과 이스라엘이 지배하는 서예루살렘으로 분리됐다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하여 통합했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인 14일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대재앙의 날(Nakba)'로 불린다.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약 70만명의 본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쫒겨나 오늘날까지 중동 각 지역에서 난민으로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예루살렘은 이슬람교·유대교·기독교 등의 성지로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주 이스라엘 외국 대사관이 텔아비브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난데없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미국의 우방이었던 이슬람 수니파 중동 국가들은 트럼프의 선언을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엔(UN) 총회는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미국의 결정을 철회하란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하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을 미루는 것은 중동 평화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 "땡큐 트럼프" 이스라엘, 축구단 개명까지
미국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리자 이스라엘 축구팀은 트럼프 대통령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름을 바꾼다.
이스라엘 축구팀인 베이타르 예루살렘 FC가 13일 축구팀명에 '트럼프'를 넣어 바꾸겠다고 밝혔다. [사진=베이타르 예루살렘 FC 페이스북]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이타르 예루살렘 FC는 이날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축구팀 명칭인 '베이타르 트럼프 예루살렘 FC'로 바꿀 거라고 발표했다.
축구단 측은 "예루살렘은 지난 70년 동안 국제적인 인정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용기 있는 행보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인정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는 이스라엘 국민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보여줬다"며 설명했다.
예루살렘 시장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트럼프를 기리기 위해 미 대사관 인근 로터리명도 바꾼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니르 바르카트 예루살렘 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미 대사관 인근 로터리를 "미국 스퀘어-트럼프 대통령에 경의를 표하며"로 바꾼다고 밝혔다.
◆ 팔레스타인 대사관 개관일을 '분노의 날'로 지정
팔레스타인이 예루살렘 미국대사관 개관일인 5월 14일을 '분노의 날(a day of rage)'로 정하고 가자지구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예루살렘포스트와 하아레츠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고위간부인 아흐마드 마즈달라니는 지난 8일 '팔레스타인의 소리' 라디오 방송에서 "이달 14일은 모든 곳에서 거대하고 대중적인 분노의 날이 될 것"이라며 "우리 민족은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이 이전하는 것에 대한 거부를 표할 것"이라고 말해 심하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분리장벽(보안장벽)에서는 지난 3월 30일부터 '위대한 귀환 행진'이라는 반(反) 이스라엘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한달 반동안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 등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40명이 넘는다.
13일 저녁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들의 대규모 시위에 앞서 가자지구 분리장벽에서 떨어지라는 경고성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지만 대사관 이전 당일 시위는 피할 수 없을 거로 보인다.
이슬람 국가도 이해관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대사관 이전 전날인 13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 단체가 쓰는 소셜미디어 채널에서는 4분 43초 분량의 녹취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는 알 카에다 지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은 유대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이슬람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공개적 또는 비밀 관계를 맺어 두 곳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받아들였다"라며 반박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