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글과 영상 올려
"강간만 피하자는 생각이었다"
[사진=양예원 SNS]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유명 유튜버 양예원이 과거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충격을 안겼다. 사기에 가까운 수법으로 당했다는 그의 고백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SNS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비글커플'로 널리 알려진 양예원은 17일 자신의 SNS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고 적은 글과 영상을 올렸다.
양예원은 최근 논란이 됐던 이른바 '유출 출사 사건'의 피해자 당사자임을 고백하고, 당시 피팅모델 알바로 속아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양예원은 영상에서 직접 본인이 쓴 글을 읽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고 수없이 맘을 다잡았다. 너무 힘이 들고 죽고만 싶고, 눈물만 쏟아진다"면서 "절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넌 피해자라고, 숨고 아파하고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서 용기 내서 말을 해보려 합니다.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고 얼마나 나쁜 사람들이 아직도 나쁜 짓을 하고 있는지 말해보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양예원에 따르면 20대 초반이던 3년 전 배우 지망생으로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구해 합정역의 한 스튜디오에서 면접을 본 뒤 '컨셉트 촬영 5회'를 계약했다. 그는 당시 '실장님'이 "평범한 콘셉트 촬영이다. 여러 콘셉트가 있지만 가끔은 섹시 콘셉트도 들어갈 거다. 예원 씨는 연기할 거면 천의 얼굴을 가져야 한다. 여러 콘셉트로 찍는 건 연예인들도 그렇게 한다. 연기를 한다 하니 비싼 프로필 사진도 무료로 다 찍어주겠다. 아는 PD와 감독도 많으니 잘하면 그분들께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양예원이 서명한 계약은 누드 촬영회였고, 촬영날 스튜디오의 문에는 이중삼중 자물쇠가 채워졌다. 밀폐된 공간에는 여성 스태프 하나없이 20명의 남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이어 '실장'은 일반적인 속옷도 아닌 성기가 보이는 포르노용 속옷을 입으라고 강요했고 "저 사람들 다 회비 내고 왔다. 너한테 손해배상 청구하고 고소할 거다. 나도 너 배우 데뷔 못하게 만들 거다"라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양예원은 '오늘만 참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지만, 문제의 남성들은 포즈를 잡아주겠다며 가슴과 성기를 만지며 성추행했고 그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강간을 당해도 아무도 모르겠다. 죽을 수도 있겠다. 살아서 나가자 생각했다"면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울면서 털어놨다. 싫다고 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실장은 다시 협박을 했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양예원은 이후 촬영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실장은 "이미 사인하지 않았냐, 다음 회차들 회원들 다 예약되어있다. 손해배상 청구하면 너 감당 못한다, 너 이미 찍힌 사진들 내가 다 가지고 있다"고 재차 협박을 당했다고 했다. 양예원은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난 이미 사진이 찍혔고 이게 혹시나 퍼질까 봐,가족들이 볼까봐 나 아는 사람들이 볼까 봐"라며 5번의 촬영, 5번의 성추행을 당하고 5번 내내 울었다"고 당시의 암담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양예원은 이 사건 이후 신고도 하지못한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았지만, 하루도 마음이 편한 적 없었고, 늘 불안에 떨었다고 고백했다. 이 일이 문제가 될까봐 배우의 꿈도 버려야했다.
하지만 지난 8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양예원의 당시 사진이 공개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입에 담기 민망한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왔고, 사람들은 남자친구를 비롯한 지인들의 SNS에 해당 사진이 캡쳐돼 보내왔다.
양예원은 "정말 죽고 싶었다. 너무 무서웠다. 남자친구 동민이가 보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가 알게 된다면 아빠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내 동생들, 아직 사춘기인 내 남동생이 보게 된다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고 날 다시는 보려 하지 않겠지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다"며 "동민이에게 헤어지자 하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쓴 후 3차례 자살기도를 했지만 실패했다"고 억울해했다.
그런 양예원씨에게 남자친구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괜찮다, 넌 피해자다, 이겨내야한다, 싸워야한다"고 격려해줬다며 양예원은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나쁜 사람들을 잡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들이 더 이상 그런 짓을 못하게 막고 싶다. 그 사이트에는 저 말고도 수많은 여자들의 사진이 있었다"며 "함께 배우가 되기를 꿈꿨던 언니도 봤다. 그 언니에게 조심스레 연락을 했고 그 언니도 몰랐다고 하더라. 언니가 당한 수법도 똑같았고, 그 마음도 똑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그 실체들을 낱낱이 밝혀내고 싶다. 그들은 정말 여자를 단순한 상품 취급한다. 그 대상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 여학생들이다. 미성년자도 포함돼있다"면서 "처음에는 사탕 발린 말로 정상적인 촬영을 한다고 말하고, 촬영이 시작되면 문을 걸어 잠그고 분위기에 압도되도록 겁에 질리도록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짧은 원피스를 주며 티 팬티를 주고, 촬영이 시작되면 나중에는 팬티를 벗으라며 강요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협박은 기본이고 성희롱에 성추행까지 한다. 심하게는 성폭행을 당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고 이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양예원은 당시 촬영회를 빙자한 문제의 현장에 관해서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자신의 휴대폰도 빼앗고, 회원들끼리는 신상을 알지 못하게 닉네임으로만 부르는가 하면 현장에 있는 남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 심지어 한 남자는 "어 아빠 일중이야 끝나고 전화할게"하고 끊었다고 회상했다.
특히나 양예원은 자의적으로 해당 촬영에 임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압도된 분위기에서 겁먹은 채로 자세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신고를 할 수도 없다. 여자 스텝은 단 한 명도 없으며 다수의 남자들과 걸어잠긴 문 그리고 반나체인 나밖에 없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을 당해도 그냥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자의로 포즈를 취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2차 가해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알렸다.
이어 "저는 피해자다. 원하지도 않았고 너무 무서웠으며 지금도 괴롭고 죽고 싶은 생각만 든다. 다른 더 많은 피해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생기고 있을 것"이라며 "질책하지 말아달라. 모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이다. 막상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양예원은 "이 글을 쓰면서도 과호흡 증세가 찾아오고 눈물이 흐르며 손이 떨리고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괴롭다"면서 "앞으로의 피해자들이 안 생기게 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퍼뜨려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