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와 대림산업, 해외신규 수주액 60% 넘게 감소
발주 줄고 글로벌 기업간 경쟁도 심화..연간 목표액 미달할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이 올해 신규 수주 급감에 고민하고 있다.
택히 이들 두 건설사는 그동안 이란 건설시장에 공을 들였다.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올 한해 '수주 농사'를 걱정해야할 판국에 놓였다.
18일 건설업계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의 해외 신규 수주액이 전년대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누적 해외 수주액이 13억5100만달러(1조4582억원) 규모로 전년동기(36억7800만달러) 대비 63% 줄었다. 이 기간 신규 수주와 재계약을 포함한 공사 건수도 15건에서 절반 수준인 8건에 그쳤다.
중앙아시아 플랜트 사업에 강점을 지닌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선 올해 ‘마수걸이’ 수주가 없다. 말레이시아와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3000억원대 공사 2건이 전부다.
수주액 순위도 많이 밀렸다. 작년 수주 실적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4위로 내려앉았다.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현재로선 달성 가능성이 가물가물하다. 선두권인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이 회사는 올해 작년 실적 48억6000만달러(5조2700억원)보다 12% 늘어난 54억달러(5조8200억원)를 목표로 세웠다.
대림산업은 올해 누적 해외 수주액이 1억5700만달러(1600억원)로 전년동기(26억5500만달러) 대비 94% 급감했다. 신규 수주는 ‘제로’다. 수주액 순위도 작년 4위에서 올해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 회사는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였으나 최근 발주 물량 감소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올해 들어 중동에서 국내 건설사가 신규 수주한 금액은 38억달러(4조원)로 전년동기(84억달러) 대비 55% 줄었다.
올해 1조원 규모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 공을 많이 들였던 이란이 최근 핵 합의에서 탈퇴를 선언하자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란이 다시 경제제재를 받으면 대림산업이 지난 2016년 수주한 이스파한 정유공장 프로젝트(2조2344억원)를 비롯한 신규 추진 사업에 모두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지난달부터 대림산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플랜트 직원의 무급 휴직제도를 시행했다. 휴직 기간은 1개월이며 최대 2개월까지 적용한다. 대상은 1500여명. 일감이 급감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셈이다.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실적은 전체적으로 부진하다. 전년대비 9% 안팎 증가했지만 연간 수주액은 300억달러를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2010년 연간 716억달러(77조원)로 최고치를 찍은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전년 이란에서 3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수주하다 보니 올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크게 줄어든 수치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수주를 확대하면 부진한 실적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