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 등 리스크 사전 대응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 흐름을 지속, 신흥국 중앙은행에 대한 금리인상 압박을 높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국내외 투자 자금의 해외 유출, 여기에 경상수지 적자 확대까지 미국의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 리스크를 사전에 통제하기 위해 신흥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 중앙은행 <사진=블룸버그> |
실제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17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4.5%로 25bp 인상,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고 이는 신흥국 금리인상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01%까지 추가 상승하며 2011년 이후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3개월물부터 30년물까지 장단기 수익률의 상승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모습이다.
월가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의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방어 태세를 갖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에 이어 인도부터 멕시코까지 주요국이 금리인상에 잰걸음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40%까지 올린 것은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하지만 흡사한 움직임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터키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시장 신뢰를 개선시키기 위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리랑카도 이날 통화 가치 급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이 밖에 인도와 필리핀이 인도네시아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멕시코와 나이지리아를 포함해 통화 가치가 급락한 신흥국 역시 시장 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무라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내고 “국제수지 리스크가 상승하면서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추이를 나타내는 국가도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HSBC의 프레드릭 뉴만 아시아 경제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만큼 이머징마켓 중앙은행 역시 같은 행보를 취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초까지만 해도 인도 중앙은행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두 차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미국 금융시장 여건이 긴축되는 상황에 신흥국 역시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터키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10개 주요 신흥국 가운데 6개 국가가 지나친 통화확장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피치는 지적했다.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던 브라질 중앙은행이 16일 예상밖의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