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요즘 일본 기업들의 구인(救人) 노력이 눈물겹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로 일자리를 찾는 사람보다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이 더 많은 ‘초(超) 구직자 우위’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본의 실업률은 2.4%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있고, 올해 4월 대학을 졸업한 일본 대졸자의 취업률은 무려 98%를 기록했다.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 등 구직난에 시달리는 우리 청년들에게는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이야기다.
일본에서 일손이 가장 부족한 업종은 바로 IT 분야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인재 확보에 더욱 혈안이 돼있다. 최근에는 일본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재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해외 구직자들에게 구애(求愛)하는 게 비단 IT 기업뿐이겠는가.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박람회 ‘TOP CAREER 2019’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약 100개 이상의 일본 기업이 참가했다.
고무적인 것은 해외 구직자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인 기업들 중 특히 한국 인재에 주목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이 한국 인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문화적으로 일본과 가깝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의 조직 문화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 대체적으로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직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의욕이 남다르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도 일본 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우리 청년들에 대한 후한 평가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전에는 일본어 능력이 절대 조건이었지만, 지금은 일본어보다 직무 스킬을 우선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일본 취업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은 구직자의 스펙보다 회사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중시한다. 신입 사원을 대하는 자세도 당장 일에 투입하기 보다는 3~4년 교육을 시켜 그 후 회사에 공헌하는 인재를 만드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 이제나 저제나 합격 통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보다 일본 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쌓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기업에 취업한 한국인 수는 2014년 3만7262명에서 2015년 4만1461명, 2016년 4만8121명, 2017년 5만5926명으로 연평균 11%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체류 자격 확대나 체류 기간 연장 등을 통해 유학생 등 외국인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16년 취업비자를 신청한 외국인 유학생은 2만1898명으로, 이 중 1만9435명(88.8%)에게 비자가 주어졌다. 비자 승인 비율이 높다보니 우스갯소리 삼아 일본만큼 취업비자를 잘 내주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할 정도이다.
취직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정한 직업을 잡아 직장에 나감’이라고 돼있다. 한자로는 ‘就職’이라고 쓴다. ‘就’라는 말에 ‘앞으로 나아가다, 먼 길을 떠나다’라는 의미가 있으니, 다시 풀어보면 ‘직업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다’ 또는 ‘직업을 찾아 먼 길을 떠나다’라는 의미가 된다. 취직이 어렵다고 징징대거나 한탄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도전 정신을 가지고 내 일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나보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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