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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과 7분] 어떤 회장님의 생전 일화

기사입력 : 2018년05월26일 10:00

최종수정 : 2018년05월26일 10:00

 [뉴스핌=박종인 상무] # 누구나 잘못을 하며 산다. 물론 빛나는 시절도 있다. 잘잘못뿐 아니라 애증도 함께다.

어떤 이에겐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또 다른 이에겐 목숨 건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기도 한다. 

이 게 우리의 삶이다. 이중적이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가 살고, 살아가야 할 이승의 모습이 대체로 그렇다.

 

  삶의 통과의례, 죽음에 대하여

 

 사람의 생은 크게 두 가지로 규정된다. 하나는 일, 다른 하나는 관계.

전자를 거창하게 말하면 업적이고 후자는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이다. 전자에 치중할지, 후자에 방점을 두고 살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일에서의 치적과 허물, 사람 사이의 사랑과 미움, 공과와 애증이 끝나는 건 어느 지점일까?

그런 면에서 죽음은 단순한 마침표가 아니라 쉼이자 휴식일 수도 있다.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이다. 어차피 그 이후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자신의 죽음을. 

 아쉽다 했을까? 충분했으니 좀 쉬자 할까?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훌쩍 떠난, 생전 모습 그대로 소탈하게 떠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 남기고 존경받으며 떠난 한 그룹 회장의 귀천과 장례를 멀리서 지켜보며 든 상념이다.

 

 메뉴 선택권을 남에게 양보한 구 회장 

 

태어나고, 짝 만나고, 후사 남기고, 이윽고 떠나는 게 인생이다. 달리 더 뭐가 있나?

그 삶의 마디마디를 기리기 위해 그 때마다 모여 격려하고 덕담 나눈다.

지구촌 어떤 곳에서는 장례식도 애사가 아닌 기뻐하는 자리로 여긴다고도 한다.

 

# 여의도 쌍둥이 빌딩에 있는 한 음식점. 생전 그 회장께서 계열사 사장 등과 즐겨 찾던 곳. 그렇게 모이면 대개 맨 윗사람이 뭘 먹을지 정하기 마련인데 그 분은 좀 달랐다 한다.

참석자들로 하여금 그날 메뉴를 정할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게 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이로부터 지목받은 사람이 메뉴를 정하는 것이다. 사소한, 아니 누군가에게는 아주 중요하기도 한 메뉴 선택권을 동석자들에게 오픈한 것인데 그 방법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의미심장하기도 하다.

한창 일하던 시절의 그 회장님을 기억하는 한 LG 계열사 사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께서 식당에 우르르 들어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눈을 반짝이며 소꿉장난 하듯 메뉴 선택권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그 광경을 어찌나 정성스럽고 생생하게 들려주시던지 흠뻑 빠져 재미있게 들은 기억이 난다.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 게 몇 달 전인데, 그 주인공은 이제 다른 세상 분이 되고 말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 나이는 드셨어도, 자리는 높아도, 재물은 많아도 철없는 행동으로 공분을 자초하는 얼뜨기 어설픈 지도층 어른이 넘쳐나는 요즘 구본무 회장께서 남긴 이런저런 일화가 가뭄의 단비처럼 소중하고 소중한 오늘이다.

[뉴스핌 Newspim] 박종인 상무(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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