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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문정인 특보,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정세전망' 기조강연

기사입력 : 2018년05월25일 16:11

최종수정 : 2018년05월25일 16:11

다음은 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정세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기조연설 전문이다.

작년 한 해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교차로에 서 있었습니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후 가장 첨예한 안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해도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사진=청와대>

김정은의 핵 야망과 무모한 군사 도발, 도널드 트럼프의 공세적 수사와 군사 행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 기조, 여기에 안보 문제를 둘러 싼 한국 사회의 양극화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매우 위중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9일 취임과 더불어 이러한 안보 딜레마에 봉착해 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맞으면서 지난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6월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마치 한편의 초현실주의 반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한반도 분단, 전쟁, 그리고 비극의 살아있는 상징이었던 판문점. 그곳에서의 12시간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평화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겨레와 전 세계 앞에서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서명식을 보던 북 김여정의 “현실인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다는 감동 어린 발언처럼 이는 한 편의 초현실적인 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 모두 극심한 위기감과 전쟁의 공포에서 몸서리 쳤던 것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 합니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대한민국 정부의 슬로건에 요약되어 있듯이, 남북은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2007년 1,2차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지난 두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했던 저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훨씬 돋보인다고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 신뢰구축과 군축,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비핵화에 대한 실속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정상화 부분에서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양 정상은 “남과 북은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개성지역에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더구나 이산가족 문제에도 큰 진전을 보았습니다. 올해 8월 15일 광복절에 이산가족·친척상봉을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2007년 10.4 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을 명시했습니다. 양 정상 모두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했습니다.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 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 대책을 취하기로 하였으며, 국방부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문점 선언은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도 했습니다. 또한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안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양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준수하는 동시에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했습니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장 왼쪽) [사진=뉴스핌DB]

판문점 정상회담의 평가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은 여러 면에서 돋보인다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이 내거는 목표가 담대하고 파격적이라는 점입니다. 70년 가까이 묵은 전쟁을 그 것도 금년 안에 종식시키고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반도 전쟁과 평화의 문제 대한 점진주의적이고 중장기적 접근에 길들여져 온 우리에게 이

두 정상의 의기투합은 참으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의제 설정에서도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남측은 구체적 합의를 원하는 반면 북은 원론적인 포괄적 합의만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이 두 시각을 절묘하게 절충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남측은 기능주의와 ‘쉬운 것부터 먼저, 어려운 것은 나중에 (先易後難)’ 원칙에 의거 경제나 사회문화 부분의 협력을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정치, 군사 문제가 풀리면 다른 모든 게 풀린다는 ‘톱 다운’ 방식의 일괄타결을 고집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차이점을 극복하고 전쟁 종식, 평화체제, 그리고 비핵화와 같은 핵심 의제에 쉽게 합의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문에 명문화 한 것도 획기적이라 하겠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우리 측이 강조했던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였습니다. 그 만큼 우리 국민의 관심도 지대했던 것입니다. 사실 과거 북한의 입장을 보면 핵 문제는 오로지 미국과 북한 간 문제이기 때문에 남측은 낄 여지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구현’을 서면 상으로 확인 했습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또한 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대해 전례 없이 보도하면서 이를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더욱이 파격적인 것은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은 아직 사용 가능하고, 5월 중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 및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정책적 행보 또한 충분히 실용적이었고 현실적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 선제조건으로써 주한미군 철수, 축소나 한미동맹의 지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 그리고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쏠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미국과 자주 대화해 신뢰를 쌓고 종전선언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한다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 같은 발언이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뒤집어 말해 남측이 바라는 대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이 실현된다면, 북측도 그에 상응하는 비핵화 노력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역시 전례 없이 고무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양국 정상은 과거의 합의와 선언을 이행하지 못했던 점에 주목하며 이번에는 합의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언문에 포함된 합의 사항들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구속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주요 회담과 행사 날짜를 선언문에 매우 구체적으로 박은 것도 과거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고위급 회담, 정상급 군사회담, 그리고 적십자 회담이 5월 중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8월 15일에 진행됩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금년 가을 평양 방문도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이는 예전의 사례로 보아 매우 특이하다 하겠습니다.형식과 상징 면에서도 이번 판문점 회담은 의의가 크다 하겠습니다. 가장 극적인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는 장면입니다. 처음 있는 일이지요. 그 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그 순간,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언제나 북한에 가볼 수 있나요?”라고 말을 하자, 김 위원장은 “지금 함께 넘어가 보지요”라고 응수하며 문대통령을 북으로 이끌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단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 민족 모두에게는 엄청난 함의를 가지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이 두 정상이 보여 준 것은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인위적인 경계선인가 하는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를 허물어 자유롭게 왕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입니다. 연출 없는 김정은 위원장의 즉흥적인 행동이 우리 겨레 모두에게 감동으로 닥아 왔던 것입니다. 북한 대표단의 구성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과거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원맨쇼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국방, 외면담 했을 때 분명히 들어 났습니다. 그리고 국정원 등 국내 관계자들이 숱한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과 협의하고 설득한 것도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작년만 해도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컸었습니다. 외교적 노력 보다는 최대한의 압박과 강압, 그리고 군사행동을 암시하는 그의 행보는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서 행한 연설에서처럼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통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많았지요. 그러나 북한에 대한 최대한 압박과 강압, 그리고 문 대통령의 대북 접근에 대한 격려와 지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중 전략이 절묘하게 먹혀들었다고 평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 나가는 데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묵은 한반도 갈등을 짧은 시간 내에 항구적인 평화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두 숙적끼리 군사 긴장완화, 신뢰 구축, 그리고 단계적 군축을 해 낸다는 것은 간단치 않은 과제입니다. 1993년부터 지속되어온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문제시 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 시설, 물질 및 핵탄두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할 의향이 진짜 있는가하는 점입니다. 회의론자들은 그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반 한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교환 방식을 강조하며 과거와 같은 살라미 전술을 취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는 북한 내부 불확실성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김 위원장이 군부를 통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합의 이행을 군부가 순순히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의 초기 단계에서 실리만 챙기고 다시 협상을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이러한 북의 살라미 전술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그러한 전술을 추구한다면 이번 합의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과거의 패턴과 죄와 벌의 반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군사 행동과 전쟁 가능성을 키우면서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북한은 이러한 과거의 관행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얻어내면서 북미 회담의 토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할 것입니다. 미국의 포괄적인 원샷딜과 북한의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접근 사이에 타협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살리기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하며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중차대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하겠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여 북한 비핵화에 결정적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더할 나위없는 호재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반도는 또 다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회귀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역사 속의 인물이 되고 싶어 하는 개인적 욕망과 국내 정치적 이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어 합니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과거와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도 국내 정치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당장 정부가 바뀌어도 합의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판문점 선언을 국회에서 비준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의 반대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처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성공적인 이행에는 여러 장애물이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 전망 앞으로 3주 후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큰 그림이 결정됩니다.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6월 12일에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혀야 판문점 선언의 실질적 이행도 가능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고 그 결과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점 쳐봅니다.

그러나 우려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최근 한반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17일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 부상은 담화문 형식으로 미국에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 바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측에 상호존중의 자세를 취할 것과 일방적 항복을 강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경제적 구걸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는가 하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죤 볼턴 국가 안보보좌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습니다. 비판의 강도로 보아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깰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백악관도 북한의 이러한 비판을 의식, 미국이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을 채택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12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끝나는 순간까지 기다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북문제도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북측은 지난 5월 16일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유감을 표명했고 조속한 회담 재개를 촉구 했습니다만 이에 대해 북측은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 기자에 대한 답변 형식을 빌려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두 가지 회담 연기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나는 ‘맥스선더’ 한미연합공중훈련에 전략 무기를 전개한 것을 두고 이를 판문점 선언 위배라는 들고 나온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국회 발언과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 입니다.

답변 말미에 “구름이 걷히면 하늘은 맑고 푸르게 되는 법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의 가능성을 내비추었지만 전망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지난 19일 북한 적십자회 대변인은 기획탈북 의혹을 받고있는 중국 닝바오 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을 송환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라고 우리 정부 측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 역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듯 남북관계에도 난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중국 변수도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2차 회동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시 주석은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현안 문제의 타결’을 주장해 왔지만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에서는 미국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쌍중단, 쌍궤병행’을 포함하여 북한이 선호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점진적 해법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북미정상회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듯 한반도 정세는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기는 합니다만 극복 불가능한 난제들은 아닙니다.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입니다. 그리고 5월 25일 ‘맥스 선더’ 한미공중훈련이 끝나고 나면 남북 고위급 회담도 열리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미중 무역 마찰이 타결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 간 정책 조율도 무난히 이루어 질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에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맺는 말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간직해 온 목표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역사적 발판을 만들어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로 향하는 길 위에는 숱한 제약과 도전이 숨어 있습니다. 이 냉엄한 현실을 한결같이 인식할 때라야 최종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동안 신중하고 끈기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서운 속도로 전개되는 ‘한반도 평화의 봄.“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이 역사적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평화가 일상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문재인대통령의 소회입니다. 우리 모두다 함께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그 소회가 현실화되는데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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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세종 이전' 다시 수면위로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관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종 이전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이나 '청와대 복귀론' 등 여러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대선 정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이전은 출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이전을 밀어붙이면서 예산, 안보 등과 관련한 잡음은 지속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청와대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 뒤로 용산 이전을 강행했다. 그는 탈권위주의와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들었다. 또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이전에 총 496억원이 소요될 것이라 했지만 야당에서는 애초 윤 대통령이 주장한 금액보다 많은 국민 혈세를 끌어다 썼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이에 더해 용산 이전과 관련해 역술인 천공이 관여했다는 의혹 및 최근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개입 의혹까지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참여연대가 지난 2023년 2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등의 불법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청구 일부 기각 및 각하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2.02 pangbin@newspim.com ◆야권 대선 주자들 "대통령실 세종 이전해야" 야권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실 세종 이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부처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담을 수 있는 세종시가 최적지라는 것이다. 먼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이전하고 수석실을 폐지하는 등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용산 이전'을 언급하며 "불법으로 쌓아 올린 '내란 소굴' 용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당선 즉시, 부처가 있는 세종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토 균형발전과 세종시에 대한 노무현의 꿈'이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대통령실 완전 세종 이전을 제안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역시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다"며 "이제 완성을 시킬 때가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전 경남지사는 "특히 대통령실의 경우 (차기 정부가) 용산을 쓸 수도 없고, 완전히 개방된 청와대를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어디를 쓸지 정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빠르게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김 경기지사, 김 전 경남지사와 이 전 강원지사 모두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된다. 대통령실 청사. [사진= 뉴스핌 DB] ◆"청와대는 이미 문화공관…복귀 힘들 듯"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대통령실 이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미국의 백악관처럼 대한민국의 상징인데 그 상징을 옮기는 바람에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출범 당시부터 무너지고 야당에 깔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몰라도 청와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미 전시·관람 등이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 국민들에게 개방된 상황이다. 보안 측면에서 봐도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복귀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추진,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아직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parksj@newspim.com 2025-03-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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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9만달러 밑으로 급격히 후퇴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비트코인 가격이 3일(현지시간) 9% 넘게 급락해 8만5000달러대로 레벨을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계산이며 실제로 가격을 띄우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가상자산은 일제히 약해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미국 동부 시간 오후 3시 48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9.12% 급락한 8만5518.83달러를 가리켰다. 이더리움도 15%나 내린 2100달러선에서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의 가상자산 비축이 바이든 정부의 수년간에 걸친 부패한 공격 이후 위기에 빠진 이 산업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가상자산 전략 비축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며 리플과 솔라나, 카르다노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가상자산의 가파른 랠리로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8일 7만 달러 대로 내렸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약 20% 급등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실제로 전략적으로 비축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고 주식 등 위험 자산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효 확인으로 무너지면서 비트코인 역시 낙폭을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대로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와 함께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가상자산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규장 막바지인 미국 동부 시간 3시 54분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1.7~2.9%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IG의 토니 시카모어 시장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우려를 키웠다고 진단하고 "준비금의 가상화폐 구매 자금이 미국 납세자에서 올 수도 있고 자산에는 있는 가상화폐는 법 집행 조치에서 압류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자의 경우 시장에 새로운 매수가 유입되는 게 아니라 계좌 간의 단순한 이전을 나타낼 뿐이기 때문에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mj72284@newspim.com 2025-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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