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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문정인 특보,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정세전망' 기조강연

기사입력 : 2018년05월25일 16:11

최종수정 : 2018년05월25일 16:11

다음은 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정세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기조연설 전문이다.

작년 한 해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교차로에 서 있었습니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후 가장 첨예한 안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해도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사진=청와대>

김정은의 핵 야망과 무모한 군사 도발, 도널드 트럼프의 공세적 수사와 군사 행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 기조, 여기에 안보 문제를 둘러 싼 한국 사회의 양극화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매우 위중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9일 취임과 더불어 이러한 안보 딜레마에 봉착해 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맞으면서 지난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6월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마치 한편의 초현실주의 반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한반도 분단, 전쟁, 그리고 비극의 살아있는 상징이었던 판문점. 그곳에서의 12시간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평화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고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겨레와 전 세계 앞에서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서명식을 보던 북 김여정의 “현실인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다는 감동 어린 발언처럼 이는 한 편의 초현실적인 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 모두 극심한 위기감과 전쟁의 공포에서 몸서리 쳤던 것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 합니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대한민국 정부의 슬로건에 요약되어 있듯이, 남북은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2007년 1,2차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지난 두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했던 저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훨씬 돋보인다고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 신뢰구축과 군축,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비핵화에 대한 실속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정상화 부분에서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양 정상은 “남과 북은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개성지역에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더구나 이산가족 문제에도 큰 진전을 보았습니다. 올해 8월 15일 광복절에 이산가족·친척상봉을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2007년 10.4 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을 명시했습니다. 양 정상 모두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했습니다.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 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 대책을 취하기로 하였으며, 국방부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문점 선언은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도 했습니다. 또한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안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양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준수하는 동시에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했습니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장 왼쪽) [사진=뉴스핌DB]

판문점 정상회담의 평가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은 여러 면에서 돋보인다고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이 내거는 목표가 담대하고 파격적이라는 점입니다. 70년 가까이 묵은 전쟁을 그 것도 금년 안에 종식시키고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반도 전쟁과 평화의 문제 대한 점진주의적이고 중장기적 접근에 길들여져 온 우리에게 이

두 정상의 의기투합은 참으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의제 설정에서도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남측은 구체적 합의를 원하는 반면 북은 원론적인 포괄적 합의만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이 두 시각을 절묘하게 절충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남측은 기능주의와 ‘쉬운 것부터 먼저, 어려운 것은 나중에 (先易後難)’ 원칙에 의거 경제나 사회문화 부분의 협력을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정치, 군사 문제가 풀리면 다른 모든 게 풀린다는 ‘톱 다운’ 방식의 일괄타결을 고집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차이점을 극복하고 전쟁 종식, 평화체제, 그리고 비핵화와 같은 핵심 의제에 쉽게 합의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문에 명문화 한 것도 획기적이라 하겠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우리 측이 강조했던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였습니다. 그 만큼 우리 국민의 관심도 지대했던 것입니다. 사실 과거 북한의 입장을 보면 핵 문제는 오로지 미국과 북한 간 문제이기 때문에 남측은 낄 여지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구현’을 서면 상으로 확인 했습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또한 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대해 전례 없이 보도하면서 이를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더욱이 파격적인 것은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은 아직 사용 가능하고, 5월 중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 및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정책적 행보 또한 충분히 실용적이었고 현실적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 선제조건으로써 주한미군 철수, 축소나 한미동맹의 지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 그리고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를 쏠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미국과 자주 대화해 신뢰를 쌓고 종전선언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한다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 같은 발언이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뒤집어 말해 남측이 바라는 대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이 실현된다면, 북측도 그에 상응하는 비핵화 노력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역시 전례 없이 고무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양국 정상은 과거의 합의와 선언을 이행하지 못했던 점에 주목하며 이번에는 합의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언문에 포함된 합의 사항들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구속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주요 회담과 행사 날짜를 선언문에 매우 구체적으로 박은 것도 과거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고위급 회담, 정상급 군사회담, 그리고 적십자 회담이 5월 중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8월 15일에 진행됩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금년 가을 평양 방문도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이는 예전의 사례로 보아 매우 특이하다 하겠습니다.형식과 상징 면에서도 이번 판문점 회담은 의의가 크다 하겠습니다. 가장 극적인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는 장면입니다. 처음 있는 일이지요. 그 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그 순간,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언제나 북한에 가볼 수 있나요?”라고 말을 하자, 김 위원장은 “지금 함께 넘어가 보지요”라고 응수하며 문대통령을 북으로 이끌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단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 민족 모두에게는 엄청난 함의를 가지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이 두 정상이 보여 준 것은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인위적인 경계선인가 하는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를 허물어 자유롭게 왕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입니다. 연출 없는 김정은 위원장의 즉흥적인 행동이 우리 겨레 모두에게 감동으로 닥아 왔던 것입니다. 북한 대표단의 구성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과거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원맨쇼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국방, 외면담 했을 때 분명히 들어 났습니다. 그리고 국정원 등 국내 관계자들이 숱한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과 협의하고 설득한 것도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작년만 해도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컸었습니다. 외교적 노력 보다는 최대한의 압박과 강압, 그리고 군사행동을 암시하는 그의 행보는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서 행한 연설에서처럼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통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많았지요. 그러나 북한에 대한 최대한 압박과 강압, 그리고 문 대통령의 대북 접근에 대한 격려와 지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중 전략이 절묘하게 먹혀들었다고 평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 나가는 데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묵은 한반도 갈등을 짧은 시간 내에 항구적인 평화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두 숙적끼리 군사 긴장완화, 신뢰 구축, 그리고 단계적 군축을 해 낸다는 것은 간단치 않은 과제입니다. 1993년부터 지속되어온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문제시 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 시설, 물질 및 핵탄두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할 의향이 진짜 있는가하는 점입니다. 회의론자들은 그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반 한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교환 방식을 강조하며 과거와 같은 살라미 전술을 취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는 북한 내부 불확실성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김 위원장이 군부를 통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합의 이행을 군부가 순순히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의 초기 단계에서 실리만 챙기고 다시 협상을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이러한 북의 살라미 전술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그러한 전술을 추구한다면 이번 합의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과거의 패턴과 죄와 벌의 반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군사 행동과 전쟁 가능성을 키우면서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북한은 이러한 과거의 관행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얻어내면서 북미 회담의 토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할 것입니다. 미국의 포괄적인 원샷딜과 북한의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접근 사이에 타협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살리기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하며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중차대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하겠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여 북한 비핵화에 결정적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더할 나위없는 호재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반도는 또 다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회귀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역사 속의 인물이 되고 싶어 하는 개인적 욕망과 국내 정치적 이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어 합니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과거와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도 국내 정치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당장 정부가 바뀌어도 합의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판문점 선언을 국회에서 비준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의 반대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처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성공적인 이행에는 여러 장애물이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 전망 앞으로 3주 후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큰 그림이 결정됩니다.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6월 12일에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혀야 판문점 선언의 실질적 이행도 가능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고 그 결과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점 쳐봅니다.

그러나 우려가 없지 않아 있습니다. 최근 한반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17일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 부상은 담화문 형식으로 미국에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 바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측에 상호존중의 자세를 취할 것과 일방적 항복을 강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경제적 구걸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는가 하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죤 볼턴 국가 안보보좌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습니다. 비판의 강도로 보아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깰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백악관도 북한의 이러한 비판을 의식, 미국이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을 채택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12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끝나는 순간까지 기다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북문제도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북측은 지난 5월 16일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유감을 표명했고 조속한 회담 재개를 촉구 했습니다만 이에 대해 북측은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 기자에 대한 답변 형식을 빌려 조국평화통일 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두 가지 회담 연기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나는 ‘맥스선더’ 한미연합공중훈련에 전략 무기를 전개한 것을 두고 이를 판문점 선언 위배라는 들고 나온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국회 발언과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 입니다.

답변 말미에 “구름이 걷히면 하늘은 맑고 푸르게 되는 법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의 가능성을 내비추었지만 전망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지난 19일 북한 적십자회 대변인은 기획탈북 의혹을 받고있는 중국 닝바오 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을 송환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라고 우리 정부 측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 역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듯 남북관계에도 난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중국 변수도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2차 회동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시 주석은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현안 문제의 타결’을 주장해 왔지만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에서는 미국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쌍중단, 쌍궤병행’을 포함하여 북한이 선호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점진적 해법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북미정상회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듯 한반도 정세는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기는 합니다만 극복 불가능한 난제들은 아닙니다.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입니다. 그리고 5월 25일 ‘맥스 선더’ 한미공중훈련이 끝나고 나면 남북 고위급 회담도 열리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미중 무역 마찰이 타결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 간 정책 조율도 무난히 이루어 질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에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맺는 말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간직해 온 목표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역사적 발판을 만들어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로 향하는 길 위에는 숱한 제약과 도전이 숨어 있습니다. 이 냉엄한 현실을 한결같이 인식할 때라야 최종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동안 신중하고 끈기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서운 속도로 전개되는 ‘한반도 평화의 봄.“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이 역사적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평화가 일상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문재인대통령의 소회입니다. 우리 모두다 함께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그 소회가 현실화되는데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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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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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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