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오염 아토피 급증…치료제 개발 경쟁 ‘치열’
블루오션 믿고 나섰다 큰코 다쳐…상용화 어려워 고전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미세먼지와 황사에 피부도 악영향을 받아 ‘아토피’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관련 약품 개발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이 차세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 제약사들, 아토피 시장 '블루오션'에 도전
강스템바이오텍은 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 에이디주’를 개발 중이다. 기존 아토피 약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특정 물질을 차단했다면, 퓨어스템 에이디주는 유발 원인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퓨어스템 에이디주는 지난달부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임상 3상을 개시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천대 길병원, 서울아산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아주대학교병원, 중앙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의료원, 동국대학교일산병원, 부산대학교병원, 삼성의료원 등 총 11개 기관에서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 피부염 환자 194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 |
JW중외제약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JW1601’을 개발 중이다. 올해 내 임상 1상 개시를 목표로 FDA IND 수준의 비임상시험과 임상 약물 생산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JW1601은 지난해 C&C신약연구소가 JW중외제약에 기술을 이전한 유도체다. ‘JW1601’의 전임상 결과는 의약화학분야 저널인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 온라인판에 등재되기도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JW1601 유도체는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한다.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삼익제약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와 ‘단백분해효소 표적의 피부과민반응 조절 및 피부장벽 기능 강화 효능을 가진 반변련을 이용한 신약개발’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IST 강릉분원 김수남 박사팀은 우리나라 전통 천연물인 ‘반변련’이 아토피 신약에 적합한 소재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약물 작용기전 및 효능이 입증된 반변련의 연구결과는 지난해 7월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현재 대량 재배를 통한 원료천연물 국산화를 위해 생산지 확장 및 원료 표준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에 삼익제약은 천연물 반변련의 비임상과 제형연구, 임상시험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 경구용 치료제 신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 ‘ID-RHT3201’를 활용한 아토피 치료 의약품을 연구 중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인체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유산균을 의미한다. ID-RHT3201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와 면역시스템 조절 및 균형을 유도하는 열처리된 프로바이오틱스로, 아토피 개선 특허가 등록된 상태다.
이밖에 휴온스는 와이디생명과학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천연물 아토피 신약 ‘YD-109’를 개발 중이다. 큐리언트는 아토피 원인물질 중 하나인 ‘류코트리엔(가려움증 유발)’ 생성을 차단하는 물질 ‘Q301’을 개발하고 있다.
◆ 아토피 시장 급성장했지만… 불확실성 높아
제약업계가 ‘아토피’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아직 완치제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료계와 과학계도 아토피 발병원인, 생물학적 기전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환경과 유전, 면역학적 반응 및 피부 보호막 이상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정도이며, 오남용할 경우 면역 체계 억제 등 부작용과 내성이 생기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 아토피 환자는 이미 1억명을 돌파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면서, 오는 2022년 환자수가 1억3500만명, 관련 치료제 시장은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아토피 시장은 잭팟을 품고 있는 블루오션이지만, 신약 개발이 쉽지 않고 다른 분야와 비교해 상용화될 확률도 희박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일례로 KT&G 계열 영진약품의 ‘유토마외용액2%’는 지난 1월 시장에서 사라지는 비운을 맞이했다. 유토마외용액은 2012년 경증 및 중등도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개선하는 천연물신약으로 허가 받았다.
하지만 영진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심사 자료를 세 차례나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품목 허가 취소라는 처분을 받았다. 미제출 사유는 조사대상자 부족이었다.
재심사는 신약 출시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들이 사용하면서 발생한 부작용 등을 수집해 기간 내에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유토마외용액은 임상에서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데이터 수집을 하지 못한 것이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현재 판권이 양도된 상황이라서, 판매사와 협의해 추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최초 아토피 천연물 신약은 언제 다시 시장에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