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 달러화 강세 속에서도 유가가 2014년 붕괴 이후 보지 못했던 수준까지 오르면서 유가와 달러의 역상관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통상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유가가 최근까지 달러화 강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했지만, 전문가들은 조만간 유가와 달러의 역상관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주유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최근 원유시장이 원자재 가격의 커다란 장애물로 여겨지는 달러 강세를 무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통상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약세를 보이는데 최근의 달러 강세 흐름에도 유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난 한 달간 세계 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10%가량 올라 약 3년 반 만에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움직였는데 같은 기간 미 달러화의 가치도 3% 정도 올랐다.
WSJ에 따르면 2006년 3월 중순부터 2012년까지 유가와 달러는 반대로 움직였다. 이 둘 간의 역상관 관계는 2008년 10월 10월까지 1년간 70%에 달하며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줬다.
그러나 2014년 중순 이후 유가와 달러는 약 절반만 이 같은 역상관 관계를 보여줬다. PVM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WSJ에 “상관관계는 현재 단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유가는 지정학적 요소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그 이외의 모든 것은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폐기를 선언한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급등했다.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다시 시작하면 이란의 원유 공급량이 줄 것이라는 전망은 유가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
또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역시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왕성한 전 세계 원유 수요 역시 달러 강세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약하게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만간 달러와 유가의 역상관 관계가 다시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JP모건의 크리스천 말렉 원유 애널리스트는 “통화가 달러에 페그되지 않은 지역에서 수요가 왕성하다”면서 유가가 매우 높아져 세계 원유 수요에 제동을 걸 정도가 돼야 달러와 유가의 상관관계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개사인 마렉스 스펙트론의 조지 슬라보프 수석 연구원은 중국과 같은 주요 원유 수요국의 경제 성장이 올해 둔화하면서 달러와 유가의 상관관계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슬라보프 연구원은 “약한 수요는 유가를 내릴 것이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하면 이 두 가지는 다시 같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역사적으로도 달러와 유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대략 3개월간 유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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