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정치 위기로 시장혼란 억제와 출구전략 고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이탈리아 정치 혼란으로 촉발된 투자자들의 우려는 유로화 유지 여부에 쏠려있다. 유로화에 대한 우려는 드라기 총재 임기 내내 있어왔다. 유로화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던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스트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개 중인 연정 구성 논의가 다시 물거품 돼 총선이 실시될 경우 유로존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FT는 이러한 이벤트들이 드라기 총재와 ECB 정책 위원들 사이에서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이며 ECB의 어떠한 조치도 이탈리아 출신인 드라기 총재가 이탈리아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돼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연초 ECB는 올해 중 2조4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내년 중반 금리를 인상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견실하게 성장했던 유로존 경제가 연초 둔화 양상을 보이면서 ECB의 출구전략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이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진 양상이다.
노무라의 이오아니스 소코스 이코노미스트는 "이전의 예상보다 ECB가 더욱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ECB가 내년 9월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CB의 다른 딜레마는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이 투자자의 더 큰 우려를 촉발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이미 취약한 이탈리아 은행에서 자금 유출 등이 발생하고 나아가 유로존에서 투기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다.
ECB는 'OMT' 프로그램을 통해 무제한으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 이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재정조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통해 이탈리아의 최대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한 '오성운동'과 '동맹'의 반대가 예상된다.
지난 2015년 3월 실시된 QE 프로그램을 통해 ECB는 3410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채권을 매입한 상태다. 현재도 매달 약 40억유로의 채권을 새로 사들이고 있다. 이 수치는 오는 9월로 예상되는 ECB의 '테이퍼(채권매입 축소)' 선언 시점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2월에는 ECB의 양적완화 종료가 전망된다.
ECB 내 일부 매파 의원은 내달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정확한 QE 종료 시점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파 의원들은 최근 이탈리아 국채 금리 상승은 정치 위험을 반영한 경우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개입할 것은 아니며 유가 상승과 독일의 물가 지표를 이유로 들어 출구 전략이 궤도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FT는 바라봤다.
하지만 시장 혼란이 이어질 경우 이런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NG-디바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상황은 ECB가 온건한 쪽으로 기울도록 했으며 현재 QE (규모)를 최소 12월까지 유지하라고 웅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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