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탈리아의 정치권 리스크가 유럽 금융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채권 투자의 구루로 통하는 빌 그로스 야누스 헨더슨 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낭패를 봤다.
빌 그로스 <사진=블룸버그> |
그가 운용하는 펀드가 출범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것.
포퓰리즘 정당의 부상과 최근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소위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우려까지 정치권 혼란이 지난 3월 총선 이후 악화 일로로 치닫자 월가의 구루도 충격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30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핌코 공동 창업자인 그로스가 지난 2014년부터 운용한 21억달러 규모의 야누스 헨더슨 글로벌 비제약형 채권펀드는 29일 3%를 웃도는 손실을 기록했다.
과거 2013년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재점화됐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탈리아 2년물 수익률이 180bp(1bp=0.01%포인트)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파열은을 낸 데 따른 결과다.
이는 1일 기준 펀드 출시 이후 최대 손실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펀드의 연초 이후 손실폭은 5.9%로 확대됐다.
야누스 헨더슨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단기물 회사채가 차지한 비중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애트나와 타임 워너 주식이 편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CVS와 AT&T의 인수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제약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 창출 기회를 위해 채권 이외에 주식 편입이 허용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로스가 이끄는 펀드의 포트폴리오 상위 20개 자산 가운데 이탈리아 채권이나 주식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전날 손실은 이탈리아 사태의 직접적인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을 강타한 2차 파장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에 설득력이 실린다.
그로스는 미 국채를 포함한 채권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고집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에서 단기물 채권 비중이 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올들어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 그의 예상이 적중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탈리아의 정치권 리스크로 인해 10년물 수익률이 2.7% 선까지 밀리는 등 상황이 급반전 했고, 눈덩이 손실로 이어졌다.
한편 앞서 주요 외신들은 그로스가 펀드 자금 유입이 부진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야누스 헨더슨의 대표 펀드에 합류한 지 3년 7개월 가량 지났지만 자산 규모가 당초 목표에 미달하는 실정이고, 이 때문에 자금 유치에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