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곰 인공수정 성공률 25% 불과
북극곰·말레이곰 성공사례 없어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 방식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반달가슴곰의 새끼가 태어났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증식장에 있는 반달가슴곰 어미 2마리(RF-04, CF-38)가 올해 2월에 각각 출산한 새끼 2마리의 유전자를 최근 분석한 결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개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증식장에 있는 4마리의 암컷 곰을 대상으로 인공수정을 시행했고, 그 결과 어미곰 2마리가 각각 새끼 1마리씩을 출산했다. 다만 CF-38이 출산한 새끼 1마리는 올해 5월 초 어미가 키우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사했다.
그간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대상지 내에서 자연번식을 통해 개체수가 점차 늘어났지만, 세력이 우세한 몇몇 개체들만이 번식에 참여해 같은 부모의 새끼들만이 계속해서 태어났다. 이번 인공수정 성공으로 반달가슴곰 복원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증진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반달가슴곰의 인공수정(초음파 검사) [사진=환경부] |
곰의 경우 지연착상(수정 이후에 수정란이 바로 자궁에 착상하는 것이 아니라 생리적·환경적·영양적 조건이 충족됐을때 자궁에 착상)이나 동면과 같은 독특한 번식 메카니즘을 갖고 있어 인공수정에 어려움이 많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팬더곰의 경우 중국 등 전 세계 과학자들이 수십년 동안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성공률이 25% 미만에 불과하다. 팬더곰은 지난 2006년에 최초로 인공수정을 성공했다. 또한 미국 신시내티동물원과 스미소니언연구소에서도 각각 북극곰과 말레이곰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새끼를 출산한 사례는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간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 독일 라이프치히연구소 등 해외 전문가와의 교류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달가슴곰에 최적화된 인공증식 기술 개발을 수행했으며 3년 만에 반달가슴곰의 인공수정을 성공시켰다.
이번에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새끼 1마리는 8~9월경 증식장 인근의 자연적응훈련장으로 옮겨 야생 적응 훈련을 받은 후 올해 가을에 방사될 예정이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이번 인공수정 성공을 계기로 반달가슴곰 복원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더욱 넓히겠다"라고 밝혔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