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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세워진 큐브형 달항아리, 데이비드 치퍼필드 "절제된 아름다움은 강렬"

기사입력 : 2018년06월14일 18:46

최종수정 : 2018년07월05일 16:51

업무공간 + 문화복합 공간 모두 추구
절제된 아름다움, 달항아리서 착안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 건물이 서울에, 이 사회에 잘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 새 본사 건물을 설계한 영국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서울을 찾았다. 그와 '데이비드 건축사무소'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토프 펠거(Christoph Felger)는 14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신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건물의 설계 과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왼쪽)와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토프 펠거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루프가든을 둘러보고 있다. 2018.06.14 deepblue@newspim.com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먼저 사무 공간과 함께 사회적 공간으로 이용되도록 건물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는 "회사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면서 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건물은 문화교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국제적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본사를 워크 플레이스(Work Place, 업무 공간)로 재조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프로페셔널한 담화, 문화 간 담화가 모두 담긴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뷰티 기업인 관계로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미(美)'의 의미를 되짚었다. 그는 한국의 도자기 '달 항아리(Moon Jar)'에서 영감을 받았다. 달항아리의 모양을 본 딴 것이 아니라,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데이비드는 "뷰티 회사 건물이라 '아름다움'을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고층 빌딩이 많은 용산에서 특유의 고유함을 지닌 빌딩이 더욱 큰 아울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자는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서 나오는 강력한 존재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5층 루프가든 전경 2018.06.14 deepblue@newspim.com

건물은 큐브 형태다. 공간을 크게 디자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더 나아가 공간과 공간을 이어 자연스러운 교류를 도왔다. 데이비드는 "1층에 벽면을 없애고 문(4개)을 만들었다. 큰 창과 문을 내어 건물과 도시를 연결한 거다. 열린 큐브 콘셉트이기 때문에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면서 도시의 전경을 다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문이 공용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보면 알겠지만, 사람을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디자인이다. 주변 커뮤니티 사람들도 건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공용 문화공간이다. 지하1층과 1층에는 아트리움이 있다. 1층은 꽃집, 카페 등이 있고 2~3층은 450석 규모의 대강당 아모레홀이 있어 사내 임직원과 외부 고객들을 위한 복합 문화 프로그램 '살론 더 에이피(Salon de AP)',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인문교양강좌 시리즈 '아시아의 미(美)' 강좌 등 다양한 문화 행사에 활용하고 있다.

2층에는 아모레 스토어, 고객연구센터,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등 고객 소통 공간을 마련했고,  5층부터는 아모레퍼시픽 직원 복지 공간과 사무공간이 있다. 6~21층은 일반 사무 공간으로 열린 소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에 중점을 뒀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5층 루프가든에서 바라본 전경 2018.06.14 deepblue@newspim.com

건물의 하이라이트는 5층이다. 크기 2000m2의 공중 중정이다. 도심속에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곳이다. 나무와 함께 공간이 트여 있어 바람이 잘 통한다. 중정의 투명한 바닥을 통해서는 건물 1층까지 자연 채광이 전해진다.

데이비드는 중정에 대해 "여기가 도시로부터 연결되는 창문이자 틀이다. 결국 디자인은 목적 하에 정해진다. 기능이 없는 공간은 없다. 방문자 뿐 아니라 직원들도 피부로 체감할 거라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데이비드는 이 건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내일 한국을 떠나지만, 이 건물은 남는다. 서울에 잘 녹아든 건축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펠거는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대해 "이 공간은 다른 공간과 다르게 클라이언트(아모레퍼시픽)와 독보적으로 특별한 관계였고, 그 자체가 특별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 이 건물이 어떤 역할을 할지,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지 궁금하다. 이 건축물을 통해 아름답고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끝을 맺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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