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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부활 기지개] 친환경·스마트 선박으로 불황 탈출

기사입력 : 2018년06월18일 14:18

최종수정 : 2018년06월18일 14:26

<2> 2020년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재도약 기회
로봇이 선박 건조…사이버 보안기술 개발도 적극 나서
"저가 공세로 중국 추격…친환경·스마트화로 기술격차 벌려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10년 불황의 터널을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2020년은 새로운 전환기가 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발효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전 세계 선박들은 예외 없이 배출가스 규제를 받는다. 황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선주들은 선박 연료로 기존의 값싼 벙커C유 대신 선박용 경유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써야 한다. 휘발유 차량에 경유를 넣으면 안 되는 것처럼 선박 역시 연료를 바꿔 쓰려면 엔진 계통을 교체해야 돼 막대한 비용이 든다. 엔진을 교체하지 않으려면 황산화물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해야 한다.

선박은 한번 건조하면 20~30년을 운항하는데, 엔진 교체에 비용이 더 들어갈 경우 아예 친환경 규제에 맞춘 배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생긴다. 중국에 비해 친환경 기술에서 앞서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에 이 같은 교체 수요는 새로운 일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LNG Ready(레디)' 디자인을 바탕으로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디자인은 현재 사용되는 선박 연료를 향후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LNG로 변환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에너지절감장치(ESD)와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최적선형 설계, LNG 추진선과 LNG 벙커링 선박 등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천연가스 연료 추진 선박’ 핵심 기술인 ‘HiVAR-FGSS'를 개발했다. FGSS 기술은 탱크에 저장된 천연가스를 고압 처리한 뒤 엔진에 공급하는 장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 글로벌 환경 규제는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조선사들에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며 "LNG 연료 추진선 등 그동안 건조 경험도 많아 선주들로부터 신뢰가 강하다"고 말했다.

◆ 로봇이 선박 건조…스마트 사이버 보안기술 개발도 적극 나서

친환경과 함께 '스마트화'는 조선업계의 또 다른 화두다. 얼핏 선박 건조는 IT·첨단기술의 향연인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할 것 같지만, 국내 조선 '빅3'는 스마트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 스마트십(선박)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십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5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적인 해운사와 스마트십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선박 운항 관리를 할 수 있는 '통합 스마트 선박 솔루션'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로봇을 선박 건조에 도입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3차원 곡면 형상을 가진 선박의 앞·뒷부분 외판을 자동 성형하는 '곡 성형 로봇시스템'을 1년여간 작업장에 투입한 끝에 검증을 완료한 것이다.

곡성형 로봇시스템 [사진=현대중공업]

해당 로봇 시스템은 기존에 작업자가 화염 가열을 통해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곡 성형 작업을 고주파 유도 가열과 자동 가열선 생성 기능을 갖춘 6축 다관절 로봇을 이용, 자동화할 수 있도록 표준화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곡 성형 로봇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조선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부합되는 핵심 기술"이라며 "10~20년간의 장비 수명을 고려할 때 약 1000억~2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미국 선급협회인 ABS로부터 스마트십 솔루션에 대한 사이버 보안기술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사이버 보안기술은 △스마트 선박 정보보호 정책 △물리적 보안 △운영 보안 △접근 통제 △보안 관제 △모의 해킹 등 ISO 27001 정보보호 경영 시스템과 사이버 세이프티(Cyber Safety)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ABS가 권고한 16개 항목의 엄격한 심사기준을 모두 통과했다.

이번 인증으로 삼성중공업은 사이버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십의 핵심 성능 확보와 함께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십 정보보호 관리 체계를 공인받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스마트십 사이버 보안기술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스마트십 솔루션 [사진=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IoT 기반으로 도면 없이 선박 의장품을 자동화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월 경남 함안 소재 협력업체인 화인중공업과 선박에 설치되는 배관 파이프, 철 구조물 등의 의장품을 도면 없이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첫 시연회를 마쳤다.

다양한 선박 의장품을 생산하는 화인중공업은 효율적인 생산 관리가 필요해 대우조선과 함께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스마트 공장 구축을 계기로 대우조선과 화인중공업은 설계 도면과 생산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가능해져 재작업이나 수정작업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여전히 기술이나 품질은 한국 조선소가 앞서지만 중국이 열심히 쫓아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친환경이나 스마트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벌려 수주 경쟁력을 높여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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