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 장관이 증산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및 러시아와 균열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해, 22일(현지시각)부터 시작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회의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22일 본회의에 앞서 전날인 21일 저녁에 개최된 실무 회의에서 잔가네 장관은 “논의 내용이 좋지 않다”고 말하며 회의장을 일찍 떠나버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잔가네 장관이 떠난 후에도 실무 회의는 네 시간 가량 더 진행됐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과 베네수엘라의 정치 위기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줄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자, 미국·인도·중국 등 주요 원유 소비국들이 OPEC에 공급량을 늘려 유가를 조정하라는 압력을 가하자 사우디와 러시아는 증산을 통한 가격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3달러95센트, 미국 서부텍사스선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66달러37센트 각각 1.3%씩 상승했다. OPEC 회의를 앞두고 브렌트유는 이번 주 배럴당 하루 만에 72달러45센트~75달러86센트를 오가며 급격한 변동세를 보였다.
사실 OPEC 회의 하루 전날인 21일 OPEC의 사실상 맹주인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부 장관이 “일일 100만배럴(bpd)가 적절한 목표라고 본다”라고 말해, 증산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이란의 반발이 예상됐다. 이는 당초 사우디가 제시한 60만~80만bpd에서 올라간 수준이다.
OPEC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증산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비난하던 이란이 최근 며칠 새 소규모라면 증산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증산 합의가 도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21일 실무회의에서 여전히 이란과 사우디 및 러시아 간 상당한 입장 차이가 나타났다.
게다가 증산에 관련국들이 모두 합의한다 해도 상당수 산유국들이 증산 여력이 부족하고 유가 하락을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히 얼마나 증산할지, 각국별로 증산 규모를 어떻게 배분할지 등 세부내용에 대한 합의는 더욱 복잡할 전망이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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