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 제안 거듭 ‘불충분’ 주장하는 트럼프, 과거 중국 전략 닮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아리송한 전략들은 사실은 과거 중국이 즐겨 쓰던 수법으로, 중국은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속담을 몸소 깨닫는 중일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논평했다.
원래 중국 측 협상 관계자들은 문제를 지적하는 국가가 있을 때 그 상대국에게 해결책을 직접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해결안이 제시되면 매번 ‘부적절’하다는 트집을 잡아 협상을 거듭한 뒤 결국에는 상대국가에 덜 유리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바이두] |
지난 1995년 랜드코프 연구에 따르면 과거 1971년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대만 관련 문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에 유리한 미중 관계 정상화 조건을 내놓도록 압박했던 것도 비슷한 경우다.
매체는 중국의 이런 접근 전략이 해외 정부들에게도 곤혹스럽지만, 앞으로 중국 기업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해외 기업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면서, 이들은 취약한 위치에 있어 중국 정부의 게임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효과적이라고 입증해 낸 이 전략을 역으로 중국에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을 강탈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오랜 중국 정책들 때문에 오늘날 무역 긴장 상황이 초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축소와 대외 기업들에 대한 중국 시장 확대, 중국 제조 2025 전략 같은 산업 정책 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확히 그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혹은 그가 누구에게 협상 권한을 내준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중국은 해외 기업들에 새로운 산업 부문을 개방하고 무역 적자 축소를 위한 미국산 수입 확대 등의 유연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 측 제안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매체는 중국이 합의 도출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였지만 어떻게 합의를 도출할지에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라면서, 중국측 제안을 미국에 다소 유리하게 바꿨을 수도 있고 키신저 등 협상 전문가들과도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은 중국은 미국에 동일 관세를 부과하며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과장되고 가변적이며 무모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상황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WSJ는 하지만 최소한 중국 정부는 지금의 상황이 자업자득이란 점을 깨닫고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