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어디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비서였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나르시시스트 기질로 가득한 남자 주인공을 쥐락펴락하는 외유내강의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리고 당당한 커리어 우먼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tvN ‘김비서가 왜 그랬을까’에서 박민영(32)은 이영준(박서준) 부회장을 9년째 보필하고 있는 개인비서 김미소 역을 맡았다. 지난 1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만난 그는 “김 비서 역할을 정말 좋아했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고, 최애 캐릭터가 됐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
“‘김비서’는 애착이 많이 갔던 작품이에요. 김 비서 역할을 제가 너무 좋아했어요. 한국 드라마에서 너무 힘들게 찾던 주체적인 캐릭터였거든요. 로맨틱 코미디 특성상 여자 주인공에 이입을 하다가도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의문점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항상 똑 부러지고 멋진 캐릭터였기 때문에, 찍으면서 너무 행복했어요(웃음).‘
박민영이 이번 작품을 택한 이유는 오롯이 캐릭터에 있었다. 그리고 그를 작품에 이끈 가장 큰 계기는 바로 대사에 있었다.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을 많이 샀던, 김미소가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다고 외쳤던 그 대사다.
“미소 대사 중에 ‘이제 누군가의 가장 좋은 비서가 아닌, 김미소의 인생을 찾고 싶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그게 이 작품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자아 탐구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한 번쯤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잖아요. 열심히 앞만 보고 일한 나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느낌이 정말 많이 공감됐어요. 미소가 극 중에서 사랑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도 마찬가지고요. 또 술주정도 비슷해요. 하하.”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해 벌써 12년차가 됐다. 연차는 오래 됐지만 ‘로코’는 처음이다. ‘하이킥’처럼 코미디에 로맨틱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은 있지만, 로맨틱에 코미디가 붙은 작품은 처음이라고.
“데뷔 12년인데,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로코를 많이 해봤을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 역시 처음 같은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제가 노력하지 않아도 캐릭터에 스며들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제 자신을 놓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드라마에서 연기했을 때보다 풍부한 표정이 나왔죠.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이 등장하더라고요(웃음). 연기하면서 재밌었어요. 또 다른 얼굴을 찾아간 것 같아서 흥미로운 경험이 됐어요.”
‘김비서’ 속에서 남녀 주인공인 박민영과 박서준 외에도 주목받은 인물들은 많다. 캐릭터의 개성도,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개성도 뚜렷하기 때문. 이에 박민영은 “미소의 캐릭터가 돋보일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
“드라마에서 가장 평범하고 현대판 ‘미생’에 가까운 역할은 김미소였어요. 비중은 가장 많지만, 이야기 흐름을 연결해주고 인물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래서 제 캐릭터가 돋보일 거라고 생각 못했죠. 가끔 색감의 채도에 따라 흰색이 유난히 돋보일 때가 있잖아요. 감독님이 그런 상황들을 넣어 주신 것 같아요. 흰색인 미소가 돋보일 수 있게요.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김미소가 예뻐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너무 욕심내지 않고 하는 게 목표였는데, 잘 한 것 같아요(웃음).”
웹툰 원작 드라마를 하는 배우들은 모두 부담감을 토로한다. 박민영 역시 부담감은 있었다. 하지만 유달리 잘하고 싶었던 캐릭터였기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워낙 예쁘고 멋진 캐릭터라 반감을, 불호를 없애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어요. 잠깐 미소한테 미쳐 살았다는 걸 느꼈거든요. 유달리 잘 해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데 그게 김미소였어요. 진심으로 해보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생겼고요. 걱정과 우려를 보내셨을 때도 자신이 있었죠. 열심히 하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
이번 작품을 통해 ‘차세대 로코퀸’ 수식어를 당당히 얻어냈다. 첫 로코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이룬 셈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배우 박민영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꿈을 내비쳤다.
“안 해본 걸 했을 때 제 성취감도 큰 것 같아요. 멈춰있지 않고 나아가는 느낌이라 너무 좋더라고요. 연차에 비해 해본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필모그래피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어요. 꾸준히 쌓아 나가야죠. 제가 로코 퀸이요? 아직 저는 로코 신생아죠. 하하. 운 좋게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서 좋은 평을 받은 것 같아요. 그래도 로코라는 장르는 참 좋네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