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최근 북한 관련 헤드라인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식하고 있지만,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진정한 동인은 남북 접촉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논평했다.
WP는 2일(현지시간) 칼럼에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한국 속담을 남북이 실천에 옮기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남북이 시작해 놓은 일에 발을 담갔을 뿐 평화 모드를 만든 장본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핵 능력을 경제개발의 지렛대를 이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외교로 담대한 응답에 나선 것이 남북미 대화를 급진전시켰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과 남북한이 이제 해결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종전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연내에 종전 선언을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진전을 보여야 한다며 미국이 종전 선언을 거부하고 있다.
WP는 남북정상회담 후 한국 정부는 공식 종전 선언은 북한 정권 체제 보장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국은 종전 선언이 주한미군의 역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한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비공개적으로 합의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도 소개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과거 북핵 협상 실패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에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을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지난주 WP와의 인터뷰에서 종전 선언과 여타 신뢰 구축 조치들이 비핵화 과정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한 교류과 소통이 깊어지면 비핵화 대화도 가속화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굳건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평양으로부터 워싱턴으로 이어지는 길은 서울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WP는 해석했다.
또한 한국은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과 협력해 세계경제에 점진적으로 편입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조 대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국제기관들은 북한에 차관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제 전환기에 정책적 조언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미 미국 정부를 향한 발언을 많이 순화했다. 북한은 전승절에 통상 ‘미국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물리쳤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나, 올해에는 ‘미국’을 빼고 ‘제국주의자들’이라는 표현만 썼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로버트 칼린 전 중앙정보국(미 CIA) 분석관이 설명했다.
WP는 이처럼 사소한 표현 변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이뤄질 지 알 수 있다며 칼럼을 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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