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핵 원자로와 고농축 우라늄 등 폐기 전까지 비핵화 장담 섣불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북한의 서해 위성발사장 로켓 엔진 시험장 시설 해체가 24일(현지시각) 전세계 주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난달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가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참모들에게 좌절감을 드러낸 상황을 감안할 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소식이라는 평가다.
서해 엔진 시험장 위성 이미지 [사진= 38노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둘러싼 회의론이 고조되면서 곤욕을 치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색했다.
이날 미주리 주 캔자스 시티를 방문한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핵심 위성발사장의 시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며 “지난달 김 위원장과 멋진 만남을 가졌고, 상황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이번 움직임에 고마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축포를 터뜨리기 아직 이르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38노스의 위성 이미지에서 포착된 시설 해체 움직임이 서해 위성발사장 엔진 시험장의 전면적인 폐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엔진 시험장의 시설 해체가 매우 고무적인 신호에 해당하지만 주변의 다른 시설이나 건축물, 연료 탱크 등은 그대로 남겨져 있는 만큼 북한이 온전한 비핵화 수순에 본격 돌입했다는 결론은 성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핵 과학자들과 군사 전문가들이 핵 원자로와 원심 분리기를 포함해 핵 무기를 제조하는 데 중추적인 시설을 파기하기 전까지 비핵화에 나선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최근까지 핵 탄두나 고농축 우라늄 및 플루토늄을 폐기할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서해 위성발사장의 엔진 시험장 시설 해체가 외부 전문가의 참여 없이 이뤄진 점을 부각시켰다.
앞서 풍계리 핵 실험장의 폭파 당시와 마찬가지로 시설의 온전한 폐기를 입증해 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현장에 부재했고, 이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측의 비핵화 약속 이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미 중앙정보국(CIA)는 김정은 정권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원재료와 시설을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과학자연맹의 애덤 마운트 연구원 겸 이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시설 해체가 고무적인 소식이지만 이 자체로 핵 폐기의 본격화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라며 “북한은 핵 무기와 미사일 시스템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고, 인프라 해체가 이 같은 사실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결론을 지양하는 한편 북한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시설 해체가 약속 이행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온전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