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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동성 공급 '급한불 끄자' 위기 진화 역부족

기사입력 : 2018년08월07일 04:09

최종수정 : 2018년08월07일 16:52

리라화 또 최저치, 10년물 국채 수익률 20% 육박
대규모 외화 표시 부채 디폴트 리스크 날로 고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 중앙은행이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미 사상 최저치로 밀린 리라화가 미국의 제재 우려에 추가 하락하는 데다 금리가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유동성 공급을 통한 위기 진화에 나선 것.

위기 감도는 터키 수도 이스탄불 [사진=로이터 뉴스핌]

6일(현지시각) 터키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운용 지침을 변경하는 형태로 은행권에 22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터키가 부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연일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리라에 대한 대규모 매도가 끊이지 않으면서 달러/리라 환율은 5.1973리라까지 치솟았다.

리라화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이다.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한 리라화 낙폭은 26%를 웃돌았다.

이와 동시에 터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 선에 근접했다. 수익률은 이날 장중 64bp(1bp=0.01%포인트) 치솟으며 19.83%에 거래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금융시스템의 극심한 유동성 부족과 미국 제재를 둘러싼 우려에 따른 결과다.

이미 터키 금융시스템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중앙은행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팔을 걷었지만 이미 대형 화재로 번진 위기를 진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피닉스 캘런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외환부터 채권까지 금융시스템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극심한 유동성 부족과 거래 마비 증세, 비이성적 베팅까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 또 한 차례 리라화의 패닉 매도를 일으켰던 중앙은행이 마침내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했지만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물경기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고, 금리 상승과 리라화 폭락에 민간 기업들의 해외 부채 디폴트 리스크가 고조된 만큼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과 그 밖에 적극적인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SBC에 따르면 이달 만기 도래하는 터키의 민간 및 공공 부문 달러화 부채 규모가 5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고, 9월과 10월 만기 물량이 각각 70억달러와 1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5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터키의 달러 표시 부채가 수 백 억 달러에 이르는 상황이다. 터키 민간 기업의 GDP 대비 부채 규모는 62%에 달했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달러와 유로를 포함한 외화 표시 채권이다.

노무라의 이안 데미르 애널리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터키 정부가 은행권 구제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채권자들의 디폴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터키가 총체적인 부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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