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명운 役, 실제 모습과 간극 커…구강 액션으로 고충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배우 이성민(50)의 존재감은 언제, 어디서나 각별하다.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어떤 얼굴이건 늘 캐릭터 그 자체로 작품에 녹아든다.
신작 ‘공작’에서도 그렇다. 8일 개봉한 ‘공작’은 1990년대 중반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이성민은 북의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을 연기, 냉철한 판단력과 리더십, 그 속의 깊은 고뇌와 인간적 면모까지 완벽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정작 이성민은 그 시간이 괴로웠다고 했다. 영화 개봉 일주일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마주한 이성민은 “나와는 너무 다른 캐릭터라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대개 배우들은 연기할 때 자기 성품이나 성격, 정서로 플레이해요. 근데 리명운은 제게 없는 게 많았죠. 그러니 매 순간 부대꼈어요. 저는 리명운처럼 예민하지도 냉철하지도 못하죠. 포커페이스는 더더욱 안되고요. 감춰도 티가 나거든요(웃음). 그렇게 제게 없는 지점을 연기하느라 힘들었죠.”
부대낀 건 ‘구강 액션’도 마찬가지였다. 파트너 황정민이 그러했듯 이성민 역시 제대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구강 액션이라고 정의했고 동의했다. 하지만 막상 실현하니 잘되지 않았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쉼표 없는 노래를 부르는 듯했어요. 긴장과 밀당을 계속하면서 거기에 리듬을 만들어야 했죠. 첫 촬영 때는 말 그대로 절망이었죠. 누가 NG 내주면 고마울 정도였어요. 그러면 숨을 좀 쉴 수 있으니까(웃음). 어쨌든 (윤종빈) 감독님을 믿으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려갔죠. 중반부에 우리끼리 고해의 시간을 가진 후에는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힘들다는 걸 알았고요(웃음). 다들 몸부림친 거예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결과는 짜릿했다. ‘공작’의 언론시사회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다. 특히 이성민의 강렬한 연기와 완벽한 이미지 변신에 모두 찬사를 보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보여준 제 모습과 다르다는 생각도 안해봤죠. 영화 보면서는 ‘내가 왜 저기서 눈을 깜빡거렸지?’라는 생각을 하니까(웃음). 그저 이런 걸출한 작품이 나왔다는 거, 거기에 내가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고 영광스럽죠. 지금 돌이켜 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걸 해냈구나 싶어요.”
물론 그 어떤 말보다 이성민을 기분 좋게 한 건 딸의 호평이었다. 단순히 딸 칭찬이라 좋았다기보다 고등학교 1학년이 이 영화를 거부감 없이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이해는 다 안돼도 재밌다더라고요. 딸은 이 영화를 픽션으로 본 거죠. 나랑 황정민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으로 봤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 말을 듣고 걱정이 사라졌죠. 가까운 현대사만 겪은 애들에게도 이 영화가 쉽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 역사적 사실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재밌게 볼 수 있겠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니 다들 ‘신과 함께-인과 연’ 빨리 보시고 ‘공작’ 관람하러 오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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