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뉴질랜드 정부가 외국인들의 기존주택 매입을 금지했다. 최근 수년 간 휴가용 주택이자 도피처로 사용하기 위해 외국 부호들이 뉴질랜드로 몰려, 주택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기존주택을 매입할 때 뉴질랜드 해외투자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받으려면 주택 매입 행위가 뉴질랜드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신규 주택을 매입할 수 있으며, 뉴질랜드와 무역협정을 맺은 호주와 싱가포르는 면제다. 앞서 캐나다와 호주 등도 외국인 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법을 도입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이 마련된 동기는 온라인 결제 대행업체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업계 거물로 꼽히는 피터 티엘 팰런티어테크놀로지 회장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 여론의 격렬한 비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티엘을 비롯해 미국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월가의 마법사로 불리는 헤지펀드계의 거물 줄리안 로버트슨, 러시아 석유 재벌 미카일 키미치 등이 뉴질랜드 퀸스타운과 와나카 등에서 호화주택을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미국 주간지 ‘뉴요커’가 뉴질랜드가 대재앙에 대비하는 부자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중국 부동산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오르며 국내 구매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데이비드 파커 뉴질랜드 통상장관은 뉴질랜드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2개 도시인 오클랜드와 퀸스타운레이크에서 지난 2분기에 각각 5분의 1과 10분의 1의 매물이 외국인 구매자에게 팔렸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집값은 지난 10년 간 60% 급등하며, 내국인들의 주택 보유율이 근 7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민자 수 증가와 더불어 중저가 주택 부족, 높은 임대료 등이 주택 위기를 부추기고 있어, 뉴질랜드에서 최대 정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교외 해안지역인 오리엔탈 베이 정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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