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렬 부장판사, 법원행정처에 법관 비위 관련 기밀자료 유출 의혹
법원 "법관 비위 대처방안 마련 위한 것…공무상 비밀누설 아냐"
검찰 "판사가 주관적 추측으로 죄가 아니라고 단정"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관 비리 관련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의혹을 받는 현직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또다시 불허됐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신광렬(54·사법연수원 19기)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무실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또 당시 중앙지법 영장전담 법관들이 사용했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허하고 일부 관련자에 대한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다.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관 비위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신 판사로 하여금 비위 정보를 수집하게 한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고 전해졌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서울서부지법 사건과 달리 한 기관 내부에서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점, 당시 영장판사들이 관련 정보를 상세히 진술해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돼 압수수색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도 기각 사유가 됐다.
검찰은 이같은 법원의 결정을 곧바로 공개하며 조목조목 강도높게 반발했다. 검찰 측 핵심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수집한 정보는 '법관비위 대처 방안을 위한 정보 수집'과는 무관하다"며 "그런데도 영장판사가 주관적 추측으로 이 행위를 '대처방안 마련 목적'이라고 전제하고 죄가 안된다고 단정, 기각 사유로 명시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판사 등이 영장청구시 소명자료로 제출된 수사기록에서 판사들 관련 상세 수사 상황을 빼내 법원행정처로 전달한 행위의 목적이 다양한 불법 수단을 동원해 판사들에 대한 뇌물 수사를 막기 위한 것 이었다"며 "또 법원행정처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판사들의 인적사항을 불법적으로 당시 영장 판사들에게 전달, 차명계좌나 차명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영장 심사에 반영하게 하는 등 영장 재판에 개입한 점이 드러난 문건들을 확보한 상태로 이는 법관비위정보 수집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서부지법 사건과 이번 사건이 다르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가 수사 확대를 막으려던 수사 대상이 '판사'냐, '집행관'이냐의 문제일 뿐,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내는 것은 같은 구조"라며 "현 중앙지법 영장판사가 본안이나 구속영장 단계도 아닌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수집을 위한 압수수색 단계에서 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중앙지법 사건이 기관 내부의 정보공유라서 죄가 안된다는 영장 판사의 주장은 그야말로 재판 독립의 원칙을 법관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소명이 충분해 압수수색 필요성이 없다는 게 기각 사유가 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에 따르면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정운호 당시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이 불거져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당시 영장전담 판사들로부터 관련 수사기밀을 제공받아 임종헌 당시 차장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행정처 관련 지침을 영장전담 판사들에게 전달, 수사 확대 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신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영장 심사를 맡은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미 신 판사가 보낸 보고서를 검찰이 갖고 있어 검찰이 취득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없을 것 같다는 등 이유로 압수수색을 허가하지 않았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