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수습기자 = 지난 17일 오후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 앞. 장모(69)씨 등 3명은 자전거를 세워두고 소주병을 비우고 있었다. 일행 중 취기가 오른 듯 비틀거리던 A씨는 자전거를 타려다가 넘어져 얼굴을 바닥에 찧었다. 부축을 받으며 겨우 바닥에 앉은 그의 오른쪽 뺨에는 피가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중년 남성 4명이 돗자리를 깔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의 남성들 옆으로는 자전거 4대가 세워져 있었다.
추석 직후인 28일부터 자전거 음주단속이 강화된다. 단순한 계도가 아니라 범칙금이 부과되는 등 법적 제재도 가해진다. 하지만 같은날부터 시행되는 일반도로 뒷자석 안전벨트 착용 단속처럼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자전거 음주운전을 경찰 등 관련 공무원들이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고, 홍보도 부족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28일부터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자전거 운전자에게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운전자는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1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는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기존에도 금지됐지만, 단속·처벌 규정이 없어 억제 효과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 점을 반영해 정부는 자전거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는 해마다 100명을 웃돌고 있다. 최근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가해운전자) 발생건수는 △2013년 4249건 △2014년 5975건 △2015년 6920건 △2016년 5936건 △2017년 5659건으로 집계된다. 사고 사망자는 5년간 540명으로 연평균 108명이 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부상자는 3만411명에 달한다.
이에 정부가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지만, 억제 효과를 갖추기에는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효과를 거두려면 단속·처벌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데, 단속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이러한 인식을 심어주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범죄 억제 효과를 위해서는 단속이 확실히 이루어진다는 확실성이 중요하다"면서 "자전거 못 다니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 단속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경찰의 단속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는 반응이다. 장동수(69)씨는 "자전거가 한두 대가 아닌데 현실적으로 단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회원인 임동성(23)씨도 "경찰이 단속에 나서면 음주운전자가 도망가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찰도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단속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관계자는 "단속을 앞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단속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도로를 통제하고 단속하는 형태가 자전거 음주단속에도 적용될지는 모르겠다"면서 "당분간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출동해 단속하는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은 일상생활에서의 규제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단속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단속을 위한 장비나 인력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속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일같이 뚝섬유원지를 찾는다는 이정환(72)씨는 "뚝섬유원지는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데도 음주운전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단속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홍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시민에게 단속이 필요한 이유와 구체적인 단속 계획을 알려 '주의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물론 모든 일반인 대상으로 단속해야 하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분들, 자전거 동호회 활동하시는 분들, 자전거를 통해 생업 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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