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우선관리지역 선별했지만 공표는 안 해
일몰제 통한 정당한 재산권 행사 또다시 연기
투기우려 때문이라지만 정책 이행 검증 어려워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정부가 오는 2020년 공원 일몰제 이전 공원 조성이 반드시 필요한 공원구역(우선관리지역) 목록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해당 정보가 개발 정보로 활용돼 투기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개인 소유 땅에 도시공원과 같은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이를 장기간 집행하지 않으면 땅 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내용이 적용돼 도시공원들이 도시계획시설에서 일괄적으로 해제되는 시점이 오는 2020년 7월 1일이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 약 20년이 지나는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공원조성 노력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우선관리지역까지 공표되지 않으면 지자체와 정부의 공원 조성 노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일몰제가 시행되길 기대했던 땅 주인들의 재산권 행사는 또다시 기약없이 미뤄질 전망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집행공원 중 오는 2020년 공원 일몰제 이전에 공원 조성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을 선별한 '우선관리지역'을 담은 목록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데 따른 투기 우려 때문이다.
국토부 녹색도시과 관계자는 비공개 방침에 대해 "전체 장기미집행 공원 중 어느 곳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어느 곳은 2년 뒤 실효되도록 두는지 그 내용이 개발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시장 상황 때문에 공개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우선관리지역은 지난달 말 결정됐다. 우선관리지역이란 국토교통부가 전국 각지의 장기미집행 공원 중 빠른 공원 조성이 필요한 지역 30%(116㎢)를 지차체 의견을 수렴해 선별한 것이다. 오는 2020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로 약 396.7㎢ 규모 공원이 해제되는 상황을 앞두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이에 따라 도시공원지역에서 해제될 경우 주민이용이 제한되고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이 우선 선정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4월 '일몰제에 대비한 도시공원 조성, 정부차원 적극 지원'이라는 자료를 내고 공원 내 우선조성이 필요한 지역을 선별해 지자체가 공원 조성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때 이자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우선관리지역 선정은 이 같은 일몰제 대비 방침에 대한 후속조치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일몰제에 대비한 도시공원 조성, 정부차원 적극 지원' [자료=국토교통부] |
이번에 정부가 우선관리지역의 목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데 대해 정부 및 지자체의 공원 조성 노력을 감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태수 부동산개발정보 업체 지존 대표는 "우선관리지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우선관리지역을 보상하는 게 예산상 가능한지 외부에서 감독하고 예산 확충을 요구하기 어려워진다"며 "지금까지도 도시공원 조성 예산편성이 다른 정책과 우선순위 경쟁에서 밀려 진척이 더뎠는데 장기미집행 공원을 소유한 땅 주인이나 인근 주민들 입장에선 정책 이행을 검증할 수 없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 1999년이지만 대다수 지자체가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느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해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또 지자체장과 지방의회가 임기 내 문제에 집중하면서 오는 2020년 실효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문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왔음은 국토부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관리지역을 발표하지 않을 때 생길 문제점도 있겠지만 최근 부동산 상황과 맞물려 공개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통 미집행 도시공원구역은 낮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미집행 도시공원으로 이제까지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국가에선 이 보다 높은 가격에 토지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보상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기 때문에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비공개 결정이 우선관리지역에서 제외될 것으로 기대했던 땅 주인들의 재산권 행사를 또다시 가로막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될 때를 대비해 1조6000억원의 시비를 들여 우선관리지역내 사유지를 오는 2020년부터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우선관리지역 발표가 늦어지는 만큼 사유지 보상이나 우선관리지역에서 제외되는 곳의 땅 주인들이 재산권 행사는 또다시 가로 막히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행검증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지자체가 도시공원을 다른 용도구역으로 전환할 때 주민의견 수용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씩 우선관리지역과 관련된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답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