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에퀴노르, 美 쉐브론 보유 지분 전부 인수
대우조선 "따로 전달받은 내용 없어...기다려볼 것"
결과 발표 올해 넘길 가능성 커...수주목표 달성 '빨간불'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사활을 걸고 있는 20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전의 최종 결과가 안갯속에 갇혔다. 당초 연내 최종 승자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발주처가 바뀌면서 결과는 물론 일정조차 불확실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최대 규모 해양플랜트 설치선 ‘피터 쉘터 (Pieter Schelte)’ 호의 시운전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영 석유업체인 에퀴노르는 최근 미국 쉐브론이 갖고 있던 로즈뱅크(Rosebank) 프로젝트의 지분 40%를 전부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프로젝트 발주사가 변경되며 최종 결과 발표 일정 등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에퀴노르가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을 전부 뒤엎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입찰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즈뱅크는 영국 북해의 셔틀랜드 군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129㎞ 떨어진 해저 유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미국 오일 메이저 쉐브론은 이를 위해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발주, 입찰을 진행해왔다. 당초 쉐브론은 지난 2016년 시황 악화로 발주를 취소했다 지난해 재발주했으나, 이번에 아예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월 다수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싱가포르 셈코프마린과 최종 후보에 오른 후 꾸준히 쉐브론과 교류하며 추후 절차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따내면 지난 몇 년 간 이어져온 해양플랜트 수주 가뭄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바짝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쉐브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온 데다 적극적인 자구안 이행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또한 유가가 상승으로 셈코프마린의 유일한 장점인 저렴한 가격이 과거만큼 부각되긴 어려울 거란 분석도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주처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모든 입찰 과정을 마무리하고 결과 발표만 남겨둔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사항이 불확실해졌기 때문. 현재 향후 일정은 물론 해양플랜트 규모, 최종 후보 등이 기존대로 유지되는지 여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향후 일정 등에 대해 따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면서 "지금은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대우조선해양 뿐 아니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긴 만큼 연내 최종 입찰 결과가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퀴노르가 대우조선해양과 셈코프마린 중 한 곳에 일감을 주더라도 그동안의 입찰 과정을 세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최종 발표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선사 선정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대우조선은 올해 수주목표를 73억 달러로 세웠으나 10월 현재까지 약 46억 달러를 수주, 6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20억 달러에 규모의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해 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사실상 목표를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 카자흐스탄 TCO프로젝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건의 해양플랜트 일감도 따내지 못했다. 확보된 일감은 오는 2020년 7월이면 바닥이 난다. 설계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지금 신규 수주를 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해양부문에서 유휴인력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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