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표준감사시간제도가 애초 계획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이르면 내달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도입안을 놓고 회계업계와 코스닥 기업 간 온도 차가 크기 때문이다.
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발족한 태스크포스(TF)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달 위원회가 새로 구성, 시안에 대해 다시 심사할 계획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주도로 준비중인 표준감사시간제도 위원회가 이날 첫 회의를 진행한다.
표준감사시간제는 외부감사법 제16조 2항에 따라 감사업무의 품질을 제고하고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의 보호를 위해 정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기업을 업종별, 규모별로 세분화해 최소 감사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회계법인의 감사보수를 적정선으로 끌어올리고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초 외감법 강화와 함께 표준감사시간제도에 대한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TF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진척되지 못했다. 최소감사시간 기준을 정하는 것은 감사 보수 규모와 직결되기 때문. 현재 상장사들은 회계법인과 조율해 감사비용을 계약하고 지불한 비용만큼 시간당으로 나눠 감사를 받는다. 계약보수가 적을수록 감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의견차를 보인 부분은 코스닥 상장법인의 특수성과 회계사 개인의 전문성에 대해서다. 중소기업의 경우 업종이 다양하고 신산업 진출이 코스피 대형사들보다 활발하지만 이를 유연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 코스닥기업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업종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이구동성으로 있어왔다. 회계사들의 능력이나 경험,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해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며 "회계투명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4대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코스닥 기업 감사시 경험이 적은 신입 회계사만 보내왔다는 불만도 전해진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보수가 턱없이 낮으면 숙련인력들을 많이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표준감사시간제도가 정착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제정 방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회계사회는 기업들을 규모별로 나누기 위해 모든 기업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종에 따라 감사 시간이 천차만별일 수 있고 영위하는 사업 내용에 따라 보다 정교해지거나 단순해질 여지도 많기 때문이다. 또다른 코스닥기업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처럼 재고가 없는 업종의 재무제표는 심플하기 때문에 회계투명성과 관련 감사시간이 적게 소요된다. 특수성에 맞는 감사시간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회계업계는 기업들이 지불하는 감사보수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강조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감법 시행으로 감사가 까다로워지고 철저해지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회계 감사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자본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투자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적정 보수수준이 산정되면 감사 품질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인회계사회는 "적정 감사품질 확보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감사시간을 규범적접근법으로 산정한 것으로 업계의 의견들을 충분히 반영해 공청회를 거쳐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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