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 이후의 ‘글로벌 영국(Global Britain)’으로 거듭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외무부가 외교 활성화 및 지평 확장을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레미 헌트 외무장관은 이날 외교관을 1000여명 확충하고 실무인력의 언어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신규 대사관 개관 등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헌트 장관은 민간 정책 싱크탱크인 폴리시익스체인지(Policy Exchange)의 초청 연설에서 “이 나라는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에 있고, 세계 권력의 균형은 다시 한번 변화하고 있다. 그 안에서 브렉시트 후 영국의 위치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우리의 민주적 가치는 논란의 여지없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가장 큰 위험에 처해있다”며 “영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를 잇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되어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닌 영향력과 권한, 힘을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이후 ‘글로벌 영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정계와 전문가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및 자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왔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영국이 국제 법규에 근거한 질서를 지키고, 유엔(UN)과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B), 영연방 등 국제기관의 개혁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국 외교를 활성화시키고 지평을 넓혀야 한다. 과거엔 ‘축소’와 ‘후퇴’란 단어가 들렸을지 몰라도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연간 “1~2명”의 민간인, 특히 기업인을 대사로 선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대사관, 사절단 등 해외 네트워크를 12곳 확대할 예정이며, 실무인력의 언어 교육 과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외교관 수를 두배로 늘리고, 기존 50개국어 어학 연수 과정을 카자흐어와 구자라트어 등을 신설해 70개국어로 확대할 계획이다.
외무부는 최근 몇 년간 대사관 인력을 줄이고 해외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예산 삭감을 단행해왔다. 이와 동시에 해외 원조, 통상, EU와의 외교관계 등 주요 정책 분야는 다른 부처로 이관돼 외무부 소관업무는 줄었다.
영국 감사원(NAO)은 외무부의 운영비 지출이 2010~2015년 사이 21.6% 줄었으며, 그 이후엔 실질적으로 동결됐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채용한 직원 수는 1만2865명에 그쳤다.
유럽 프로그램(Europe Programme)의 톰 레인스 대표는 “글로벌 영국 정책을 둘러싼 (정부) 야심과 각종 미사여구가 실제 외교 분야에 대한 투자 상황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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