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이란 제재 예외국 인정..180일간 시간 벌어
상당한 감축·연장 여부는 지켜봐야
작년 이란서 1.5억만배럴 수입..사우디·쿠웨이트 이어 3번째
자동차·철강 제재는 여전.."돌이킬 수 없어"
[세종=뉴스핌] 최온정 수습기자 = 미국이 5일 원유 수입의 상당한 감축을 전제로 한국을 대(對)이란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향후 180일(6개월)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같은 내용을 전한 뒤, “이번 예외 인정 결정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필수적인 컨덴세이트의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이란 간 교역에 활용해온 원화사용 교역결제시스템의 유지가 인정돼 非제재 품목의 對이란 수출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5월 8일 이란핵합의(JCPOA) 탈퇴와 함께 이란 제재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90일 뒤인 8월 7일에는 1단계 제재로 △자동차부문 제재 및 △이란과 귀금속·철강·소프트웨어 등의 거래를 금지했다.
11월 5일부터는 2단계로 △이란산 석유·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 거래 금지 △이란중앙은행 및 제재 대상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 금지 △에너지부문 제재 등이 예고돼 있었다.
이날 한국이 예외국으로 인정돼 2단계 제재가 180일간 유예되면서 내년 5월까지 원유 수입과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다만 원유 수입을 얼마나 감축하기로 합의했는지 공개되지 않은 점, 또 180일이 지나면 예외 조치 연장 여부를 다시 협상해야 하는 점 등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미 지난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자동차부문·철강·소프트웨어 거래 금지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 전체 원유수입 3위 이란산 석유, 얼마나 감축되나
원유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과거에도 한국은 미국의 이란 석유에 대한 금수조치로 이란산 석유 수입물량을 크게 줄인 경험이 있다.
한국은 2012년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자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2011년 8718만배럴에서 2012년 5615만배럴로 크게 줄였다. 이후로도 석유수입량은 계속 줄어들어 2015년 4240만배럴까지 낮아졌다.
미국의 제재 시작 이전인 2011년에 비해 현재 이란산 석유가 한국의 석유 수입물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기 때문에 감축량이 얼마인지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물량은 1억4787만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물량 중 13.2%를 차지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28.6%), 쿠웨이트(14.3%)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규모이며, 2011년의 9.4%에 비해서도 높아진 수치다.
◆ 금융·석유 제재는 피했지만…자동차·철강부문 제재는 ‘진행중’
이번에 한국은 2단계 제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앞서 8월에 시행된 1단계 제재는 피하지 못했다. 따라서 자동차·귀금속·철강·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한국의 대이란 수출규모는 전년대비 21.9% 감소한 20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제재가 시작된 8월의 경우 일반차량·철강 등 10개 주요수출품목의 수출액이 전월대비 무려 41.8% 감소했다. 일반차량과 철강의 수출규모는 각각 29.4%, 93.6% 감소했고, 철강제품도 78.8%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시행된 1단계 제재는 되돌릴수는 없다”면서도 이미 타격을 입은 기업들에 대한 구제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고 대체국가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며 “또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는 기업대상 설명회를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