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의무대출' 로또 방지책, 금수저들에게는 무의미
대출의무는 있지만 '의무기간'은 없어 즉시 상환도 가능
조기상환할수록 가져가는 시세차익 커져..부익부 유도
[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전매제한이 끝난 후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을 팔 때 '금수저'가 가져가는 시세차익은 그렇지 않은 주민보다 최대 50% 많을 전망이다.
정부는 신혼희망타운의 '로또화'를 막기 위해 '30% 의무대출'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대출 받은 즉시 상환하면 향후 집값 상승분을 정부와 나누지 않아도 된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즉시 상환을 한 '금수저'들의 시세차익이 최대 4000여만원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초 분양자가 과도한 시세차익을 가져가는 것을 방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30% 수익 공유형 모기지(주택담보) 의무대출'을 받는 즉시 상환할 경우 전매제한이 풀리는 8년후 최소 약 4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신혼희망타운 선도지구인 위례신도시에서 관계부처 장차관과 국회, 지자체, 유관기관 및 시공업체 관계자, 지역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혼희망타운 기공식 및 아이 키우기 좋은 공공주택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사진=국토부] |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 전용 55㎡ 분양가는 4억6000만원. 정부는 분양가가 2억5060만원 이상이면 정부와 수익을 공유해야 하는 전용 대출을 최소 30% 이상 받도록 했다. 하지만 대출을 유지해야 하는 최소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즉시 상환도 가능하다. 대신 중도상환은 전액상환만 허용한다.
매년 2%(2009~2017년 평균 집값 상승률)씩 집값이 상승했다고 가정했을 때 전매제한이 끝나는 8년 후 이 아파트의 가격은 5억3896만원이다. 시세차익은 7896만원. 계약자가 8년전 대출 발생과 동시에 모두 상환했다면 시세차익은 온전히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반대로 분양가의 70%를 대출받아 상환하지 못한 신혼부부(자녀가 없을 경우)가 8년 후 집을 팔면 절반인 3948만원(50%)을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 금수저들에게 오히려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특히 주변 아파트 매매가의 80% 수준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실제로 얻어가는 차익은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매매가의 80% 수준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이로 인한 '로또' 분양 논란을 막기 위해 30% 의무대출 규정을 신설하고 정부와 10%에서 최대 50%까지 수익을 공유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금수저'들 탓에 공공성 강화라는 취지가 무색해 졌다는 평가다. 국토부도 일부 이를 인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무대출기간을 두지 않아 즉시 상환도 가능하다"며 "집값 폭등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시세차익을 온전히 얻기 위해)대출을 조기상환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중도상환을 위해 부모가 돈을 지원해준다고 했을 때 적법한 절차만 거치면 막을 방법은 없다. 위례 신혼희망타운 전용 55㎡(분양가 4억6000만원)에 당첨된 신혼부부가 30%인 1억3800만원만 본인들의 자금으로 부담하고 70%(3억2200만원)의 대출을 부모가 적법한 방법으로 개인대출이나 현금으로 갚아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마저도 서울이나 수도권 자산가들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최소 10억원 이상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청약에만 9671명이 몰렸다.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의 수요는 여전히 풍부하다.
국토부는 매우 낮은 연 1.3% 고정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출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수저 청약을 막기 위해 총 자산기준을 부부합산 2억5000만원 이하로 제한했다"며 "정부가 매우 낮은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대출을 지원하기 때문에 조기상환하려는 수요보다 대출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려는 신혼부부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