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KBS에 비판 보도 자제 요구
첫 방송법상 '보도개입' 위반 기소 사례·첫 처벌
재판부 “더 이상의 정치권력의 언론 개입 안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개입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방송법에 방송의 자유와 독립권을 명문화한 지 30여년 만에 이뤄진 첫 기소·첫 처벌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오후 방송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의원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형량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의원 측은 지위를 이용해 보도에 개입한 게 아니라 사적 친분이 있던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적인 부탁을 한 것뿐이라거나 실제로 전화 후에 보도가 바뀐 것도 없었다며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이고, 언론 중에서도 방송이 국민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며 “여전히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왜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진지한 반성도 안 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변호인은 30여년 간 한 번도 적용된 적 없고 의미도 애매한 조항으로 기소해 현역 국회의원을 처벌하는 건 정치적 목적에 사법절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잘못된 상황을 계속 유지하고 언론 간섭을 용납하는 것만이야 말로 후진적”이라며 “(이번 판결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경각심 없이 행사됐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간섭이 더 이상은 허용되면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비판보도와 관련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보도·편집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이 의원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선고 받으셨는데 심경이 어떠시냐’, ‘보도개입 행위 인정하시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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