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헬리오시티 ‘혁신학교’ 논란에 지정 1년 유보
학부모들 “예비혁신학교 실체 없어...지역 특수성 고려해야”
"혁신학교 취지 좋지만 현실과 거리…양적 확대 경계해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싼 서울시교육청과 헬리오시티 입주자들 간의 갈등이 악화일로다. 학력 저하를 이유로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시각이 여전한 가운데, 이 지역 세 학교에 대한 '예비혁신학교' 지정이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대한 혁신학교 지정을 1년간 미룬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혁신학교 지정을 위한 수순"이란 반발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leehs@newspim.com |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가락초등학교·해누리초등학교·해누리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1년간 유보하고, 대신 예비혁신학교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개교 후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자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이에 따라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은 관련 연수나 컨설팅을 받는 등 1000만원 범위에서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예비혁신학교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선 사실상 혁신학교로 지정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세 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학부모 모임 ‘예비학부모회’ 소속 A씨(40·남)는 “예비혁신학교에선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교사는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눈치 봐서 추후에 결정하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체가 불분명하다 보니 혁신학교로 가는 수순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교사의 수업 재량권을 강화해 교육과정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혁신학교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자녀를 타지역 혁신학교에 보냈다는 A씨는 “교사마다 진도가 다르다. 어떤 선생님은 12월인데 아직 수학 책의 반도 안 가르쳤다”며 “이렇게 한 학년을 벼락치기로 보내면 초등학교 고학년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혁신학교 취지엔 공감하지만 실상은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학급별 구성원이 30명이 넘는 헬리오시티의 특수성을 외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토론과 발표 위주의 혁신학교 수업은 소수 편성이 원칙이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보통 혁신학교는 한 반이 25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마저도 벅차다”며 “헬리오시티 해누리초등학교의 경우 한 반에 34명이 예상돼 혁신학교 수업이 진행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지 않는 분들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80% 이상이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예비혁신학교 역시 시간끌기용 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혁신학교 논란이 사라지려면 교육 구성원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감 직권으로 무조건 신설학교를 직권지정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예비혁신학교는 학부모들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꼼수’”라며 “예비혁신학교는 30%의 동의만 있으면 혁신학교로 지정될 수 있는 만큼, 일반학교처럼 운영한 뒤 교육 구성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정식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설학교라는 이유로 혁신학교로 직권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혁신학교 양적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예비혁신학교 논란이 계속되는 헬리오시티는 총 9510세대 규모로 다음 달 입주가 시작된다. 헬리오시티 내 세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예비 학부모들은 지난 14일 이후부터 반대 촛불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예비학부모회 제공] |
◆혁신학교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내놓은 교육시스템의 일종. 학급당 인원을 25명 내외로 제한하고 학년당 학급 역시 5개 내외로 지정, 일반학교보다 소수운영을 원칙으로 교장 권한에 따라 자율운영한다.
주 목적은 입시위주의 경쟁을 탈피한 다양화·특성화된 맞춤형 교육이다.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시행해 학습능력과 인성을 향상한다는 목적을 가졌다. 2009년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 취임 후 첫 등장한 혁신학교는 이후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서울, 경기 등 6개 지역에 차례로 등장했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