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발 유치원 3법...“비리유치원 사태 근본적 해결”
한국당발 유치원 3법과 바른미래당발 유치원 3법 등장
전문가들 “유치원 공공성 어디까지 인정 하느냐가 쟁점”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사활을 건 ‘유치원 3법’ 연내 처리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여야가 내놓은 유치원 3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에선 바른미래당의 유치원 3법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불씨가 지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회계 처리 투명성이 한 층 확보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비리유치원 사태 근본적 해결은 민주당 3법”
유치원 3법은 지난 10월 국정 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리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뒤 유치원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통상 학교급식법과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을 묶어 유치원 3법이라 칭한다.
애초 ‘비리 사립유치원 사태’의 히로인 박 의원은 △교비회계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목적 외 부정사용 금지 △보조금 또는 지원금을 부당 사용할 경우 전부 또는 일부 반환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유치원 3법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현재 사립유치원의 재무회계는 정부보조금과 정부지원금, 학부모분담금으로 수입재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출항목 구분이 미흡해 투명한 수입과 지출 확인이 어려운 구조다. 이번 사태도 여기에서 촉발됐다.
때문에 민주당 3법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인 김남희 변호사는 “민주당 3법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해당 유치원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교육 목적 외 사용 시 형사처벌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장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첫 단추부터 잘 꿰매야 하고 잘못 회계 처리가 됐을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에 반발하며 자체 유치원 3법을 내놨다. 김한표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의 골자는 △국가지원금회계와 일반회계로 구분해 각각 국가, 학부모운영위원회가 관리·감독 △교비회계와 법인회계 통합 운영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 등이다.
일각에선 ‘도돌이표’ 개정안이란 비판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한국당 3법의 경우 일반회계는 사실 상 원비의 교육비 외 사용을 용인해주자는 의미”라며 “특히 국가지원금회계도 누리과정지원금의 경우에 어디에 써야 할 지 용도가 특정이 안 돼 있어, 원장이 국가지원회계나 일반회계를 선택해 임의대로 쓸 수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국당 3법은 원장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국당 3법이 처리되면 원장들은 전혀 규제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각 유치원 3법은 유치원 공공성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달라”
민주당과 한국당의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바른미래당이 중재안 성격의 유치원 3법을 내놨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은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의 현행 유지 △교비회계 부정사용의 형사처벌 도입·시행시기 유예(공포 후 1년)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교비 회계 처리는 단일 회계로 민주당 안을 반영했지만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는 지원금을 유지하는 한국당 안을 따른 셈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지금보다 나아지니 바른미래당 3법이라도 통과되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면서도 “사립학교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당이 동의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라고 내다봤다.
각 유치원 3법이 사유재산권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수연 법무법인 늘품 변호사는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과 함께 여야 합의가 평행선을 보이는 까닭은 유치원의 공공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에 입장 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여성들의 늘어나는 사회진출 및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유치원이 단순한 영리사업자인지 혹은 국가관리 하의 교육기관이 될 것인지의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발의된 개정안 중 한국당의 분리 회계에 대해서만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분담금을 통합하자는 바른미래당안은 처벌권이 강화되기 때문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 될 수 없다”며 “사립유치원을 위한 회계 규칙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무리한 법인 회계 규칙을 적용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소속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유치원 3법의 패스트트랙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로선 임 의원의 중재안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면 본회의 상정까지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330일이 걸린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