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공사, 2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 올려
"정상국가 지도자들 따라하려 고심…여러 부분서 미흡"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형태와 관련해 "정상국가 지도자들의 모습을 따라하려고 고심한 것 같다"고 2일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글에서 "이번에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모습을 보니 발표형식에서 정상국가 지도자들의 방식을 모방하려고 많이 고심한 흔적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본관에서 미리 녹화해 둔 영상을 조선중앙TV를 통해 송출하는 방식으로 2019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태 전 공사는 "신년사를 발표한 방은 나로서도 처음 보는 방인데 아마 간부들을 접견하는 방일 것"이라며 "방 인테리어를 보면 바닥으로부터 벽면 전체를 나무로 했고 기발대에 인공기와 당기를 세워 놓았는데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접견실과 집무실, 문재인대통령 집무실을 모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북한에는 집무실이든 사무실에 장식용 벽난로가 없는데 (신년사를 발표한) 방벽에 벽난로(맨들피스) 같은 것을 나무로 만들어 놓고 사진들을 올려 놓은것도 유럽식"이라며 "책장도 맨 위층이 김정은의 손이 가 닿을수 없으리만큼 높은 것도 역시 유럽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청사에서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
태 전 공사는 신년사 발표 형식에서도 외국 정상들을 모방하려고 많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신년사 발표 전 먼저 청사가 나오고 김정은이 집무실에서 발표장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걸어나오는 장면을 넣었는데 이것도 일반적으로 선진국 정상들이 언론브리핑 할 때 보좌진들과 함께 걸어나오는 장면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서서 하던 방식에서 앉아서 하는 방식으로 바뀐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브리핑을 참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김정은의 권위를 세워주려고 조명을 좀 어둡게 했는데 조명이 너무 어두워 선진국 정상들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것 알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외국 정상들의 발표 형식을 따라하려고 노력했으나 미흡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또 "김정은이 트럼프대통령처럼 해보라고 지시하니 실무급에서 김정은의 체형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지 않고 교조적으로 세팅 하다보니 앉은 자세로 발표하도록 한 것 같다"며 "김정은의 육중한 앉은 자세가 이상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