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사이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신흥국 통화를 대상으로 한 캐리 트레이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해당 통화의 변동성이 주춤하면서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베팅이 봇물을 이루는 모습이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자금으로 신흥국 통화를 매입하는 형태의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지난해 9월 초 이후 9%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주요국 주식과 채권이 동반 급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떠안긴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올들어 캐리 트레이드가 더욱 활발해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올해 감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화 상승 기대감이 한풀 꺾인 동시에 22개 신흥국 통화 가운데 20개 통화의 내재 변동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 전반의 변동성은 7개월래 최저치로 후퇴했다.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적중하기에 우호적인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와 함께 신흥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하락도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달 이머징마켓 주식의 60일 변동성은 2년6개월래 처음으로 선진국을 밑돌았다.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상승과 이에 따른 달러화의 동반 강세로 캐리 트레이드가 종적을 감췄던 지난해 상황이 커다란 반전을 이룬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달러 자금으로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화를 매입하는 전략이 적중했다. 연초 이후 루블 캐리가 6%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고, 페소 캐리 역시 3% 이상 수익률을 올렸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페소화가 여전히 매력적이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역시 캐리 트레이드로 쏠쏠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은행(IB) 업계는 변동성 헤지 구조의 터키 리라화 및 인도 루피화 캐리 전략에 적극 뛰어드는 움직임이다.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프란세스 허드슨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 중앙은행이 온건한 정책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신흥국 경제가 예기치 않은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발렌틴 반 뉴웬부젠 최고투자책임자는 와소에서 가진 한 컨퍼런스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한 브라질과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수익률 기대치가 높다”고 말했다.
회의론도 없지 않다. 신흥국 통화 및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갑작스럽게 치솟을 경우 캐리 물량의 청산이 쏟아지면서 단기간에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