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국제부장 = 3월 초는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휴전을 선포하고 협상을 진행키로 한 기한이다. 그런데 협상이 원활하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글로벌 증시가 연초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대 완화 등에 힘입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도 무역전쟁이 가장 큰 위험으로 나타났다.
아니나 다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3월 초를 넘어 주요 일정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중순에 미국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즈음에는 이미 미국이 2000억달러에 해당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린 후일 터.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무역전쟁은 식어가는 글로벌 경제의 전망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치로 보이는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겠다고 합의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양국의 패권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정책 '중국제조2025'에서 인력정책인 '천인계획'까지 문제삼고 있고, 중국의 경제활동 관행 자체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5G 선두주자 '화웨이' 등 기술기업들의 장비 채택을 미국이 본격적으로 막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기술패권 다툼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집행위원회, 벨기에 정부와의 회의 등을 통해 미국 정부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화웨이 등 중국 업체 장비에 보안 우려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밀리는 듯하는 중국은 오히려 무역전쟁의 편익도 있어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베트남 등으로 옮겨갈 경우 중국 경제는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되면서 더욱 기술력에 집중된 경제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해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와 가까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전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패권전쟁"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이긴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 고급화 전략을 돕게 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표정은 어떨지라도 서로의 속내가 다 드러나지 않는 협상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전이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이 무역협상에서 합의할 초안도 아직 없다'고 꼬집으면서 단기적 성과에 대한 기대를 벌써 내려놓았다.
세계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미국 경제가 침체로 향하고 있고, 이번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투자회사 뱅가드는 올해와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각각 35%와 50%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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