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전국 최악 수준…봄철 여행 문의 '반토막'
야외활동 극히 제한적…미세먼지 피해 실내 '북적'
[서울=뉴스핌] 김유정 기자 = 3월에 접어들어 기온이 오르면서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봄철 나들이를 계획했던 시민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대기상태에 야외활동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 대목을 맞아 상춘객을 맞으려던 여행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내비게이션 대신 미세먼지 앱이 여행 필수품이 될 정도로 미세먼지는 여가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 3일, 전국 낮 기온이 대부분 지역에서 13∼15도까지 오르며 포근했다. 이른 봄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였지만 미세먼지가 발목을 잡았다. 수도권과 충청,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오르며 대기상태가 나빠졌다.
시야까지 흐리는 미세먼지 탓에 전국 유명 산이나 유원지 방문객은 현저하게 줄었다.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 일대도 여느 주말과 다르게 한산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너나 없이 마스크를 착용할 정도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3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길을 서두르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방에 ‘나쁨‘, 충남, 세종, 전북은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2019.03.03 kilroy023@newspim.com |
이런 상황은 4일도 마찬가지다. 중부권엔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등 대기오염이 초비상이다. 경기도도 오전 10시를 기해 중부권에 내려진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를 경보로 대체 발령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권역별 평균농도가 2시간 이상 75㎍/㎥ 이상일 때, 경보는 2시간 이상 150㎍/㎥ 이상일 때 내려진다.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로 작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그대로 침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이미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최악의 미세먼지에 봄철 중국발 황사까지 가세하면서 상춘객들은 울상이다. 봄기운을 즐기려 들로 산으로 향하려 해도 미세먼지가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국가 차원의 해법이 없다 보니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당연히 대목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한 국내여행사 관계자는 “3월초는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설악산, 울릉도, 충청도 시장투어 등 문의가 늘어나는 시기인데 미세먼지 때문에 문의가 반으로 줄었다”며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여행 상품을 예약한 여행객도 취소하는 경우도 많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나쁨' 수준을 보인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19.03.02 mironj19@newspim.com |
야외활동이 제한되면서 사람들은 실내로 몰리고 있다. 외출하는 나들이객이 줄어든 만큼 하남 스타필드나 코엑스몰, 도심 영화관 등 실내 즐길거리가 있는 곳은 미세먼지를 피해 온 사람들로 평소보다 더 북적이는 상황이다.
5세 자녀를 둔 가정주부 이씨(39)는 "아이들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해 답답해 한다. 사실상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키즈 카페나 실내 놀이터로 아이를 데려가지만 맑은 하늘에서 뛰놀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속상해했다.
극심한 미세먼지는 여가 트렌드도 바꾸고 있다. 특히 여행 필수품이 변화를 맞았다. 장거리 여행에 꼭 필요한 내비 대신 이제는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소형 측정기가 각광을 받는다. 한 직장인은 "언제 미세먼지가 옅어질 지, 또는 심해질 지 알려주는 측정기가 생활 필수품이 됐다"며 "여행이나 야외활동이 불가피할 때 내비는 없어도 미세먼지 측정기는 반드시 챙겨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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