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등 혐의 이문호 버닝썬 대표 4~5일 소환
대법, “약물 투약 뒤 수면·의식불명 이르게 하면 상해죄”
마약사범 2015년부터 증가세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마약, 성범죄, 경찰관 유착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한 직원이 마약 투약 소지 등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대법원은 수면제와 같은 약물을 먹여 피해자에게 정신적 기능 장애를 초래 시 유죄 판결을 내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졸피템(Zolpidem) 성분의 수면제가 섞인 커피를 타 먹인 뒤, 강간하거나 강제 추행한 A씨에 대한 강간치상 강제추행치상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 2017.6.29 선고)
쟁점은 강간치상죄나 강체추행치상죄에서 ‘상해’에 대한 판단 기준이었다. 수면제 등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잠자게 만들거나,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점을 상해로 볼 수 있느냐다.
당시 재판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피해자의 육체적 기능 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 변화에 주목했다. 신체적 외상 등이 없더라도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했다면 유죄가 된다는 것이다.
마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판부는 “약물로 인해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 기능에 장애가 초래됐다면 자연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거나 외부적으로 드러난 상처가 없더라도 이는 강간치상죄나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이러한 상해가 발생했는지는 객관적·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인 상태, 약물의 종류와 용량, 투약방법, 음주 여부 등 약물의 작용에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기초로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물 투약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발생한 의식장애나 기억장애 등 신체·정신상의 변화와 내용 및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B씨는 A씨로부터 수면제가 섞인 커피를 받아 마시고, 잠들었다가 약 4시간 뒤에 깨어났다. A씨는 13회에 걸쳐 B씨를 항거 불능 상태에 빠뜨린 후, 강간하거나 추행했다.
재판부는 “이는 강간치상죄나 강제추행치상죄에서 말하는 상해”라며 “피해자가 당시 자연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거나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졸피뎀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깊은 단계의 수면을 유도하는 약물로, 환각, 우울증 악화, 자살충동,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오남용 시 인체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이날부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이문호 버닝썬 대표를 피의자 소환 조사에 들어가 마약 및 경찰 유착 관계 등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버닝썬 전직 사내이사였던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는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마약류사범은 해마다 1만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 2015년 1만1916명에 이어 2016년 1만4214명, 2017년 1만4123명 등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0~2014년 1만명선 이하로 떨어진 것과는 다르다.
검찰은 “인터넷·SNS 등을 통해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약류를 소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