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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2월에도 많은 시장 전문가들의 기대를 달러화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달러화는 강했다. 달러화는 말괄량이 소녀처럼 강해질 것으로 예상됐을 때 약해졌고 약해지길 기대할 때 약해지지 않았다. 최근 이 같은 현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지만 달러화는 2월 강세를 이어갔다. 중국과 유럽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미국이, 달러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고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비싸졌다.
‘그나마 돈을 투자할 곳은 달러밖에 없다’는 생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달러 기대마저 꺾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만에 약달러 선호를 언급했지만, 달러화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월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관련 호재가 쏟아지면서 위험 자산이 강세를 보이자 엔화는 후퇴했다.
◆ 예상보다 센 달러, 유로화 약세
연준의 신중한 행보 속에서도 달러화는 쉽사리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2월 중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95% 상승해 힘을 과시했다. 인내심을 갖겠다며 사실상 당분간 통화정책 정상화를 중단한 연준의 선언이 무색하리만큼 달러화는 강했다.
달러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도 반대로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나는 강한 달러를 원하지만 달러가 우리나라에 유리했으면 좋겠고 달러가 너무 강해서 우리가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할 때 어렵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약달러 선호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지난해보다 둔화하겠지만 미국 경제가 2%를 웃도는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중국과 유럽의 부진한 경제는 ‘그나마 믿을 것은 달러밖에 없다’는 진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라이즌 SLJ 캐피털의 스티븐 젠 최고경영자(CEO)는 달러화가 최근의 회복력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가지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 국채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매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 역시 달러화를 지지할 것으로 봤다.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전 이자율 책임자를 지낸 그랜트 새뮤얼은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달러화를 낮춰 부르는 것에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럽이 약할 때 어디에 돈을 부을 수 있겠나? 투자할 곳이 많지는 않고 이것은 달러 매수세를 계속해서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약한 성장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미국 자산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QIC의 스튜어트 시먼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지표가 다른 나라의 지표와 수렴하기 시작할 때 다른 곳에서 경제 지표의 회복이 보인다면 달러화가 약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
달러가 강해지면서 유로화는 지난달 0.71% 절하됐다. 2019년을 앞두고 달러화 약세를 전망했던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예상보다 약해지지 않자 오히려 유로화가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유라이즌의 젠 CEO는 유로화가 2017년 초 수준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젠 CEO는 중국 경제의 약세가 유럽 경제로 전염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막고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세를 지속할 경우 유로/달러 환율이 올해 하반기 1.0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젠 CEO는 중국 정부가 내놓는 부양책으로 중국 경제가 브이(V)자 회복을 이루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지난 주말 보고서에서 젠 CEO는 “유럽의 제조업과 무역 관련 업종은 중국으로부터 받은 일부 충격으로 뚜렷한 압박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유럽과 ECB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세 전망 ‘엔화’는 약세, 중국 위안화는 보합권
연초 강세 전망이 두드러졌던 일본 엔화는 2월 큰 폭으로 약해졌다. 지난달 달러/엔 환율은 2.79% 상승하며 엔화 약세를 보여줬다. 연초 엔화 강세 베팅은 달러 약세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거래였다. TD증권과 BNP파리바, 모건스탠리 등 굵직한 이름들이 엔화 강세 전망했는데 여기에는 엔화에 대한 저평가 진단과 일본은행(BOJ)의 덜 매파적인 기조 기대가 영향을 줬다.
그런데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1일 지난해 12월 말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발언도 소용이 없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종료 임박설로 위험자산이 강세를 보이며 빛을 잃었다.
그렇다고 2월 약세 때문에 엔화 강세 전망이 아예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연말 108엔으로 내리며 3% 이상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시먼스 매니저는 “경제 여건과 위험 분위기에 추가로 경고 조짐이 있다면 여기서 (엔화를)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주식 강세를 감안했을 때 엔화의 약세가 무난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위안화는 2월 중 대체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이어가면서 눈치를 봤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올해 들어 위안화는 2.6% 강해져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위안화의 추가 강세를 점쳤다. 홍콩 골드만의 MK 탕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12개월간 달러/위안 환율이 1.5% 절상된 6.6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이 같은 전망 아래 깔려있다.
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이후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과 인프라 투자 증가를 언급하며 “중국 경제는 회복의 탄탄한 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냇웨스트 마켓과 코메르츠방크 등은 위안화가 더 약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약세를 이어가고 경상수지 흑자가 줄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mj72284@newspim.com